에세이 4개 1000만원… 불붙는 超고액 과외시장 ‘영어논술’

  • 입력 2006년 10월 7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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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금 발매중인 시사 월간지 신동아 10월호를 요약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신동아 10월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9월초 서울 강남역 부근의 유학생 대상 어학학원. 미국 유학생 2000여 명이 한국에 들어와 과외수업을 받고 간다는 ‘여름방학 특수(特需)’가 끝났지만 학부모들의 발길은 여전히 길게 이어졌다. 가을부터는 특목고생, 특목고 진학 희망 중학생, 국제중학교 진학 희망 초등생들이 유학생들이 떠난 빈 자리를 메운다.

학원 로비 중앙에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 소개 자료가 빼곡히 걸려 있고, 한켠에는 각종 국제중학교, 외국어고, 대학 국제학부 및 영문학부 등의 특별 전형, 특기자 전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Q&A 방식으로 정리해 붙여놨다.

지난해 합격한 학원 선배들이 작성한 수기에는 “시험 점수는 지원자 대부분이 비슷하고…, 영문 에세이의 고득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더라”는 충고가 빠지지 않았다.

상담을 마친 한 40대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미국 사립고교 3학년인 자녀가 최근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필수과목으로 포함된 영어 논술(에세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SAT가 우리 수능시험과는 영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필수 교재에 나오는 것 외우고, 문제를 계속 풀다보면 ‘끝’이 보이는 시험이라는 거죠. 그래서 SAT를 한 번도 치러보지 않은 한국 선생님들이 더 잘 가르친다는 말도 있잖아요. 아무튼 ‘멀티플(객관식)’은 시키면 다 되는데, 에세이는 정말 쉽지 않은가 봐요. 이 다음에 애플리케이션(원서접수) 때도 어차피 지도받아야 하니까 미리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춰볼 필요도 있지요.”

이 학부모의 자녀는 지난 여름방학 때 귀국해 에세이 지도를 받고 갔고, 9월부터 올해 10월 시험 직전까지는 인터넷 카페와 e메일 등을 통해 원격지도를 받고 있다. 두 달치 온라인 에세이 과외비만 200만원. 일주일에 한 번씩 첨삭을 해주고, 글의 구조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는게 대부분이지만, 그는 “여기에서 배우고 점수가 오른 학생이 많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미국 유학생이면 미국 학교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게 낫지 않냐”고 물었더니, “‘마인드셋(mindset·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한국 선생님들이 지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아이들 얘기가, 그 쪽 선생님들은 때로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서 답답하다고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자녀가 내년 초에 미국 대학에 지원할 예정이라 입학원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상담하러 왔다고 했다. 4개 학교를 기준으로 원서를 쓰는 게 기본인데, 학교별로 필요한 에세이와 자기소개서 등을 써주고 자질구레한 서류전형을 대행해주는 비용이 대개 1000만원부터라고 했다.

워낙 소수의 고가시장이기 때문일까. 과외비 납부행태도 독특하다. 선릉역 부근의 유명 학원에 전화를 걸어 학부모라고 하면서 수강료가 대략 얼마인지 물어봤지만 학원측은 “내원해서 상담하라”고 정중하게 답했다. 전화로는 절대 액수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마침 교육청의 SAT학원 고가·변칙 과외 단속기간이어서인지 꽤나 몸조심을 하는 눈치였다.

강남의 한 에세이 학원 원장은 “SAT나 토플 종합반 수강료는 월 단위로 받지만, 에세이는 개인별로 지도 과목이나 범위가 다양하고 ‘애프터서비스’도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촉박하게 정하지 않는다. 수강료는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내는데 액수가 1000만원대를 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인터넷 뱅킹이나 폰 뱅킹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서울 강남에서만 메이저 7, 8곳을 포함해 오피스텔형, 한 칸 사무실형까지 합쳐 약 50곳 정도가 ‘고액 학원’으로 이름을 날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목동, 분당, 송파권을 합치면 100곳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 역삼동 JCMBA 학원 관계자는 “GMAT 상위 12%인 670점(800점 만점)을 받고 세계 랭킹 1, 2위로 평가받는 스탠퍼드대에 붙고, 2%인 740점을 받고도 20위권으로 평가받는 모 대학 입시에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입학사정관들이 한국인의 GMAT 점수나 학점을 액면 그대로 신뢰하지 않을 때도 있어, 영어 에세이가 당락을 결정짓는 최우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MBA 입학사정관들이 ‘버벌(Verbal·일종의 경영영어)’과 수학 및 별도로 점수를 매기는 ‘AWA(Analytical Writing Assessment·일종의 에세이)’로 이뤄진 GMAT 과목 중에서 갈수록 에세이를 비중 있게 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얼마 전 한국에서 설명회를 연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분교(UCLA)의 앤더슨 스쿨(MBA) 입학담당관은 “AWA 6.0 만점에 4.0 미만인 경우는 버벌과 수학 점수가 700점이 넘어도 입학이 어렵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그러나 토플 에세이에서 6.0 만점에 5.5 이상을 받은 학생들도 AWA에서 3.0∼3.5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GMAT 에세이에 발목을 잡히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MBA 컨설팅 업체들은 입학 에세이를 작성해주면서 학교당 300만원을 기본으로 받으며, 보통 3, 4개 학교를 묶어 700만∼1000만원을 받는다. 톱20위권 이하 학교의 경우 입학담당관과 면접 인터뷰를 하지 않아 들통날 염려가 없기 때문에 아예 에세이를 100% 대필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합격 여부에 따라 편당 1000만원 정도로 값이 뛴다.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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