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과천, 고압송전탑 사고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

  • 입력 2006년 9월 30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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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왕·과천시(4.5km) 구간의 고압송전탑 화재사고와 같은 대형사고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전기 전문가들은 고압선로의 경우 사고로 인해 과전류(고장전류)가 흐르게 되면 가정용 누전 차단기와 같이 전력 공급을 자동으로 중단 시키는 안전장치가 송전선로의 양쪽에 위치한 변전소 마다 설치 돼 있다. 하지만 기준치를 초과하는 급격한 과전류에는 전력차단기조차 무용지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고압선로 안정장치는 =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29일 “현재 송전선로에 설치된 전력차단기는 국제기준을 따랐다. 하지만 기준치를 초과하는 과전류 사고가 발생하면 전력차단기는 재 기능을 할 수 없다”며 “전력차단기 기준치 이상의 과전류 사고가 날 경우에는 피해규모가 늘어 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기 사고의 경우 과전류 발생 수치가 주변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현재로서는 의왕시 사고와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전력전자연구실 현동석 교수는 “사고가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과전류는 거의 빛의 속도로 이동 한다”며 “이 때문에 전력차단기가 미처 작동하기도 전에 과전류가 이동해 사고 구간이 계속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압선로 사고 예방대책은 = 최고 34만5000볼트 고압선로의 안전대책은 무엇일까. 현재까지는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 전력차단기는 사고 후 대응체계로 사고구간 확산을 막아 주는 역할”이라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압선 주변 공사 시 사전에 한전에 연락해서 지도 감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고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전력차단기의 고장전류 기준치를 국제 기준치 이상으로 조정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지만, 과전류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전력시스템 연구실 문승일 교수는 “송전 선로를 지하로 매설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전선 피복과 끊어지지 않는 고장력 전선의 사용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비는 고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단점이다.

현동석 교수는 “선로 매설이 가장 좋지만 끊어지지 않는 전선을 사용한다면 산불에 대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산에 고압선로가 많이 설치돼 있고 최근에는 고압선로 주변이 공장, 집 등 시설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송전선로의 경우 건축물과의 이격거리를 4.8m, 시가지까지 이어지는 배전선로는 1m의 이격거리를 각각 둬 감전 사고를 막도록 규정하고 있다. 송전선로와 배전선로는 지역에 따라 5~6m 이상 높이로 설치토록 돼 있다.

한전 측은 “기술적으로는 전선 피복, 매설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경제적 효용성이 문제”라며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그 비용을 모두 지불하면 전력공급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왕-과천 사고 원인은? = 경찰은 27일 오후 첫 발화지점으로 알려진 경기도 의왕상수도사업소 공사현장에서 현장검증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전 측은 현장의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높이 30m의 25톤 크레인이 고압선(25m)을 건드려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크레인을 운전했던 기사 서모(50) 씨를 비롯해 사고 목격자들은 “크레인으로 고압선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검증에서 한전 측은 “크레인이 고압선 5m 이내에만 접근해도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지만, 공사 현장 관계자는 “육안으로 봐도 10m 이상의 차이가 났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압선로 주변에 전기가 통하는 물체가 닿지 않고 접근만 해도 스파크가 일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일단 크레인이 고압선로를 건드린 것 같지는 않다. 15만 4000볼트가 흐르는 고압선을 건드린 크레인이 무사할 수도 없고, 그럴 경우 운전기사가 즉사 한다”고 말했다.

사고구간 확대 부분에 대해서 한전 측은 “첫 사고현장인 과천변전소에서는 0.1초 만엔 전류 차단기가 작동했지만 전력을 보내주는 신성남변전소는 2분 정도 지나서 전류 차단기가 작동했다”며 “원인은 조사 중에 있지만 급격한 과전류 발생에 따른 오작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해당 자료를 모두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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