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2006 북한인권백서' 첫 발간

  • 입력 2006년 9월 29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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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는 29일 북한의 일권실태를 분석한 '2006 북한인권백서'를 처음으로 발간했다.

변협은 탈북자 100명(남성 36명, 여성 64명)을 대상으로 올 5월부터 7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와 변협 산하 북한인권소위원회가 조사한 자료 등을 토대로 북한의 참혹한 인권실태를 고발했다.

▽불법수사에 고문까지 자행=설문조사에 응한 탈북자 중 90%가 "북한에서는 수사기관이 체포할 때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영장발부 없이 2개월 이상 수사를 계속 했다"는 응답도 71.1%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수사'(22%), '고문'(21.7%), 모욕적인 말·성적 고통'(17.8%) 등이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전했다.

수사기관에서 자행되는 고문의 형태도 다양했다. 손을 뒤로 묶고 수갑을 쇠창살에 채어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하는 '비둘기 고문', 손발을 뒤로 묶은 뒤 바닥에 닿을 정도로 매달아 놓고 구타하는 '비행기 고문', 겨울에 발가벗긴 채 바깥에서 기마자세로 밤새 세워놓는 '동태고문' 등이다.

▽성분 따라 차별…북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탈북자들은 구체적 형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사회적 성분에 따라 많은 차별이 있다고 증언했다. 토대가 특별히 좋은 사람을 일컫는 '백두산 줄기'는 처음부터 재판도 받지 않는 반면 성분이 나쁜 사람들은 사소한 혐의라도 정치범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는 형량을 결정할 때 피고인의 가계기록부에 당원이 9명 이상이 등록돼 있을 경우 3년을 감경해준다는 국가보위부 규정이 있다"고 전했다.

▽남한 사람 접촉해도 총살형=북한은 재판의 교육적 기능을 중시해 인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현지공개재판을 형사소송법에 규정하고 있다.

주로 재판은 동사무소 앞마당이나 영화관 등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장소에서 열리고 이 곳에서 불법적인 공개처형도 자행된다. 한 탈북자는 "남한 방송을 청취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이 총살당했다"고 전했다. 다른 탈북자는 "2000년 집에서 성경책이 발견된 30대 중반 남성이 총살당하는 장면을 봤다"고 증언했다.

▽벼랑 끝에 선 여성·아동 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식량난을 겪는 과정에서 돈벌이를 위해 여성들이 매춘업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협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자 52명 가운데 29명(55.8%)는 '북한 내 매춘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으며 주로 역 앞에서 여성들이 "밤꽃 사시오"라고 접근하며 호객행위를 한다고 전했다.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이른바 '꽃제비'로 불리는 유랑 걸식 아동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은 1997년 꽃제비들을 거둬 보호·관리하는 시설로 '9·27 수용소'를 세웠지만 배급이 제대로 안돼 꽃제비들이 다시 수용소를 뛰쳐나와 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여성 재소자에 강제낙태도 불사=백서에 의하면 설문에 답한 탈북자 가운데 57.7%는 '구금시설 내에서 강제 낙태를 직접 경험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정치범수용소에서는 하루 보통 15시간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김일성 부자 생일, 설 연휴 등 일년 중 나흘을 제외한 361일 내내 노역을 해야 한다.

정치범수용소는 정부에서 확인한 14호(평남 개천군), 15호(함남 요덕군), 16호(함남 화성군), 22호(함북 회령시), 25호(함북 청진시) 등 5개 수용소 외에 17호(평남 북창군), 함남 정평군 수용소, 자강도 희천시 수용소 등이 운영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체제 유지 위한 말반동자 색출사업=북한에서는 의견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 사례로 '말반동'이라는 죄명이 있다. 김일성 부자 개인에 대한 의견이나 체제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법이다. 한 탈북자는 "친구가 술자리에서 '이 놈의 세상 못 살겠다'고 말했다가 총살당했다"고 전했다.

변협 이국재 인권이사는 "국가나 일반 인권단체가 작성한 기존 백서와 달리 법률적 관점에서 북한의 인권실태를 최초로 분석했다"며 "앞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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