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투쟁전사 된 'KTX의 꽃'

  • 입력 2006년 9월 28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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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늘은 팔에 멍이 몇 개 안 들었어. 우리 내일은 어디가서 싸우는 거야?"

'KTX의 꽃'이라 불리며 최고 13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던 KTX 전(前)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투쟁이 28일로 211일째로 접어들면서 집회, 노숙은 물론 전경과 몸싸움에도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2004년 4월1일 KTX 개통과 맞춰 순차적으로 선발된 KTX승무원 380여 명은 입사당시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신종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이들은 서비스교육을 받지 못해 `주먹구구식'으로 일하고 160만 원 정도의 월급에 제복과 명찰을 자비로 구입해야 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경험하면서 철도공사가 아닌 ㈜한국철도유통에 소속된 위탁 계약직으로서 한계를 느꼈다.

KTX승무원들은 작년 12월 전국철도노조 산하 KTX승무지부 노조를 결성한 뒤 철도공사에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요구했다가 철도공사 측이 거부하자 올해 2월25일 사복(私服)투쟁을 시작으로 3월1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와 국회 헌정기념관, 강금실ㆍ오세훈 후보 선거운동본부,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역, 용산역,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4차례 경찰에 연행됐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식농성과 거리행진, 촛불문화제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예상되는 누적부채가 올해 6조7000억 원, 2025년 25조8000억 원에 이르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이유로 꿈쩍도 하지 않았고, 대신 지난 5월 승무사업위탁업체를 ㈜KTX관광레저로 변경하면서 이 회사가 승무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토록했다.

이때 파업 승무원 중 100여명이 업무에 복귀했고, 나머지 250여명은 계약만료로 자격을 상실했으며 KTX관광레저는 총 270여명의 정규직 승무원을 고용해 6월1일부터 정상적으로 열차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리해고된 여승무원들은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경찰 연행당시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부모에게 붙들려서, 투쟁의욕을 상실해 한 명씩 시위대를 떠나 현재 130여 명만 남아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남아 있는 이들은 실업급여와 철도노조의 식사비 지원을 받아 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실에서 합숙하고 있으며 불규칙한 식사와 오랜기간 누적된 피로와 긴장으로 체력이 현격히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민세원(33.여) 지부장은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고서는 절대 근무조건이 개선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KTX관광레저로 갈 수 없었다"며 "비정규직인 줄 알고 입사했지만 항공사 승무원처럼 2년이 지나면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KTX승무원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서울지방노동청의 조사결과 발표에 희망을 걸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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