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상권 明과 暗…음식점 매출 40% ↑, 땅값 50% ↑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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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 주말이면 텅 빈 것 같던 청계천 인근 빌딩 숲의 풍경은 복원 후 확연히 달라졌다. 사무실이 많아 금요일 저녁부터 손님이 급감했던 복원 이전과 달리 가족 단위로 청계천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 주말 매출도 무시하지 못하게 된 것.

가장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음식업종이다.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무교동∼청계천∼종로로 이어지는 보행 상권이 형성되고 과거에는 청계천변을 거들떠보지 않던 유명 패밀리레스토랑과 고급 전문요리점들도 속속 청계천 전망을 확보한 곳에 문을 열고 있다. 청계천 야경을 보러 오는 인파를 노리고 밤 12시 가까이까지 연장 영업하는 음식점들도 적지 않다.

청계천 시점부인 청계광장 부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청계천 복원 후 김밥 등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이 많이 팔린다”며 “매상이 복원 이전에 비해 4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계천 복원 전(2003년)과 후(2006년) 사무실 임대료는 도심의 기타 지역은 거의 변화가 없었던 반면 청계천변만 평균 10%가량 상승했다.

땅값도 이 기간 중 강남구의 테헤란로 일대가 20% 상승한 데 비해 청계천변은 5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暗> “사람들은 늘었지만 다 청계천 구경 나온 사람들이지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살아 가기가 너무 힘듭니다.”

중구 방산동 청계5가의 8평짜리 상점에서 타월 도소매업을 하는 상인 박재구(52) 씨는 청계천 복원 1년의 소회를 한숨으로 대신했다. 박 씨 가게의 매출은 청계천 복원 이전과 비교해 30%나 줄었다.

박 씨는 “예전에는 차로가 왕복 10차로, 12차로였는데 지금은 4차로로 줄어든 데다 청계천 교통이 막힌다고 버스 노선까지 다른 곳으로 돌리고 주차공간마저 없어져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차 댈 곳이 없다”고 손님 급감의 이유를 지적했다.

청계천변에서 노점을 하다가 복원 공사 이후 동대문운동장으로 옮겨간 풍물시장 노점상들도 청계천 복원 1년의 ‘그림자’다.

이명박 전 시장이 동대문운동장에 노점상들이 장사할 공간을 마련해 주고 “세계적인 풍물시장이 되도록 적극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오세훈 시장은 핵심 선거공약으로 동대문운동장 공원화를 내세운 데 이어 최근에는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800억 원을 들여 2010년까지 디자인콤플렉스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

노점상들은 25일 서울시청에 몰려와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26일에는 동대문운동장에서 투쟁선포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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