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느림의 육아’ 똑똑한 아이 만든다

  • 입력 2006년 9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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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부모는 아이가 항상 사랑을 확신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부모는 아이가 항상 사랑을 확신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본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아동 전문 카운슬러 사사키 마사미 씨의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비룡소 간·1만1000원)가 번역돼 나왔다.

30여 년 동안 유치원, 어린이집, 보건소, 소년원 등지에서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나 온 그는 현장지식과 이론가로서 ‘느림의 육아’를 실천하는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를 처음 키우는 부모들은 흔히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사랑을 전하는 방법을 몰라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기 쉽다.

각종 육아 잡지, 인터넷 등 정보는 넘쳐나지만 오히려 부모와 아이들의 혼란은 더 커졌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리고 부모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가.

사사키 씨는 부모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현명한 육아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일본에 있는 저자와 출판사의 양해를 얻어 책에 나온 그의 주장을 요약 정리했다.》

부모는 누구나 자기 아이가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라길 바라지만 아이 키우는 일은 만만하지가 않다. 수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리광을 부릴 때는 어디까지 받아 줘야 할지, 조기 교육은 언제부터 해도 괜찮은 건지, 특히 첫아이를 키우는 초보 부모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투성이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주위 사람들에게 답을 구하기도 하고, 각종 육아 잡지와 도서들을 뒤적거려 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얻은 육아 상식들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아이들은 개인차가 커서 일반화된 육아 매뉴얼을 적용하면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부모 스스로 육아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을 잃고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아동학대 사례가 늘고 있다. 아빠에 비해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엄마에 의한 학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들은 고독한 상태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거의 없고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과도 교류가 없으며 마음을 나눌 만한 친구가 없는 엄마일수록 불안을 더 느낀다. 불안이 심해지면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는데 이때 매달릴 대상이 자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부모 특히 엄마가 맺고 있는 여러 인간관계는 육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엄마의 인간관계가 풍요로울수록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 원만한 부부 관계는 육아로 인한 피로와 짜증을 줄여줘 아이 키우기를 훨씬 쉽게 만든다.

아이들의 불안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밖에만 나가면 떼를 쓰고, 엄마 앞에서는 얌전히 굴다가 엄마가 보지 않는 데서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은 엄마 아빠를 괴롭히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어서이다.

부모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부모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 주는 부모’이다.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확신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아이의 성장 발달에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다른 아이는 벌써 구구단도 외우고 그림일기도 쓴다는데 왜 우리 아이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지?”라고 생각하면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고, 부모가 좋아하는 일만 하려 들게 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울 수 없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는 다짜고짜 혼을 내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는 대신, “엄마 아빠가 도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말해 보렴”이라고 말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이 곤란에 처했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부모를 신뢰한다.

또 아이의 결점보다 장점을 잘 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아이나 장점과 결점을 갖고 있지만 부모가 아이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단점만 본다면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못난 아이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 키우기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정답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의 이상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면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삶 또한 풍요로워질 것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사사키 박사의 7가지 육아 원칙▼

[1]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할 만한 행동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아이에게 모범을 보인다면 쓸데없는 잔소리로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지치게 만드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2] ▽부모의 조바심은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다=아이들은 개인차가 크다. 다른 아이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고, 육아 책에 쓰인 대로 아이가 자라지 않는다고 조바심 내지 말자.

[3] ▽아이도 부모를 평가할 수 있다=부모가 아이에게 불만을 가지면 아이 역시 ‘우리 아빠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도 예뻤으면 좋겠다’며 부모의 부족한 점을 들추게 된다.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조건 없이 사랑하자.

[4] ▽아이의 결점보다 장점에 주목하자=아이의 결점을 억지로 고치려 하기보다는 아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성취의 즐거움을 알려 주고, 아이의 자신감과 의욕을 북돋워 주자.

[5] ▽부모의 관심이 아이에게는 간섭이 될 때가 있다=아이의 바람을 무시한 과잉 간섭이나 과잉 기대는 아이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자립을 어렵게 한다. 조기 교육 역시 아이를 자기애의 대상으로 보는 부모의 일그러진 욕망에 의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6] ▽아이의 반항을 즐겨라=아이는 자아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부모에 대한 의존과 반항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아이의 반항기 다음에 올 성장을 기대하며 아이의 반항을 즐겨 보자.

[7]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것은 잠시뿐이다=아이가 부모에게 무언가를 원할 때 이뤄 주는 것은 아이의 자립을 돕는 지름길인 동시에 부모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며 기쁨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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