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에 아파트? 서울시 “꿈도 꾸지마”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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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이전이 추진되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 터의 이용 방법을 두고 서울시와 건설교통부의 대립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서울시는 건교부가 지난달 28일 입법예고한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독소 조항들이 포함돼 있어 민족공원 근간의 훼손이 우려된다”며 4일 관련 조항 삭제를 서면으로 공식 요구했다.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으로 마련되는 민족공원이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이는 것을 막기 위해 기지 터 전체를 온전히 공원화해야 한다”는 방침인 반면, 건교부는 5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 마련을 위해 공원조성지구 및 복합개발지구에 대한 고밀도 개발 여지를 특별법으로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미군기지 대부분은 도시계획상 자연녹지지역이어서 공원 조성에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교부 장관이 임의로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제14조)은 자연녹지지역을 상업지역 등으로 변경해 비싼 값에 매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메인포스트(24만 평)와 사우스포스트(57만 평) 등 용산 미군기지 81만 평은 반드시 공원화해야 한다”며 “공원조성지구의 경계를 81만 평 전체로 명확히 규정하라”고 요구했다. 두 지역은 용산구 남영동, 용산동2가, 한강로2가, 서빙고동 등에 걸린다.

또 서울시는 건교부 장관이 수립한 종합기본계획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 주변의 도시관리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는 28조에 대해서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후 민족공원이 조성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미 주변 지역의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를 백지화한다면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혼란과 집단 민원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용산 미군기지 주변에는 용산지구단위계획을 비롯해 한남뉴타운지구개발계획, 이태원지구단위계획, 서빙고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 등이 이미 수립돼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81만 평만 훼손하지 않는다면 도시관리계획의 기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송단 터, 유엔사 터, 캠프 킴 등 5만8000평에 흩어져 있는 터를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건교부와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전 비용이 더 필요하다면 강남 한국전력공사와 조달청, 용산 철도공작창, 을지로 극동공병단 터 등 국유지를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도심의 보물 같은 녹지공간을 고층빌딩으로 병풍처럼 둘러싸고, 그 가운데 녹지를 몇몇 주상복합건물 입주자의 앞마당으로 만들 순 없는 일”이라며 용산 미군기지 터의 공원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건교부 장관이 임의로 용도 변경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공청회 및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용산공원건립추진위원회 심의 등 여러 사회적 합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이미 수립된 용산 미군기지 주변 도시관리계획을 종합기본계획에 맞게 새로 만들어야 하므로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서울시의 비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용산공원 마스터플랜을 세운 적이 없다”며 “밑그림도 없이 세워 놓은 세부 계획을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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