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도 지역도 넘은 ‘호감’… 38년만에 9급서 넘버3로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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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에서 출발해 국세청의 넘버3로.’

31일 실시된 국세청 간부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찬욱(사진) 국세청 조사국장의 서울지방국세청장 승진이다.

박 신임 청장은 서울 경동고를 졸업한 후 1968년 9급 공채로 국세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38년 만에 ‘막강한 1급 공무원’인 서울지방청장 자리에 올랐다.

행정고시 출신이 즐비한 국세청에서 9급 공무원 출신이 국세청장, 차장에 이어 서열 3위로 꼽히는 서울청장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박 청장의 ‘출세’는 흔히 있기 마련인 이런저런 연고(緣故)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지역적으로도 영호남은 물론 강원 삼척시 출신인 전군표 국세청장과도 무관하다. 그는 이주성 전 국세청장 때도 ‘국세청 국장의 꽃’으로 불리는 조사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서기보(9급)에서 사무관(5급)까지 16년 11개월 만에 올라감으로써 국세청의 평균 승진기간(32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3급 부이사관에서 1급인 서울청장까지 오르는데도 3년 3개월밖에 안 걸려 인사 때마다 승진 기록을 갈아 치웠다.

박 청장은 상사와 부하들에게서 두루 신망이 두텁다는 평을 듣는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데다 대인관계도 원만해 다면평가에서도 ‘탁월한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 용인시 출신인 그는 태어난 지 100일도 안돼 부친을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다 상경해 숙부 댁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국세청에 들어온 뒤 명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박 청장의 발탁 배경에는 전 청장의 의지도 한 몫을 했다.

전 청장은 “9급에서 출발해도 국세청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열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1만7000여 명에 이르는 국세청 조직의 93%에 달하는 비고시 출신 공무원들을 추스르기 위한 포석이다. 이번 인사로 비고시 출신들의 사기는 크게 높아졌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인사로 충남 태안군 출신인 한상률 신임 차장을 포함해 청장, 차장, 서울청장 등 ‘빅3’가 모두 영호남과 무관한 지역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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