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고교 “기피학교 안돼야 할텐데…”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코멘트
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2010학년도부터 인문계 고교 신입생 배정 때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으로 중학생에게 학교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떤 학교에 지원할지 벌써부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일선 고교들은 학부모 못지않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부학군-단일학군-일반학군-통합학군별로 2회씩 희망학교에 지원할 기회가 생기면서 선호 학교와 기피 학교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경쟁 유인”=학생 배정 방식을 바꾸려는 것은 학생들을 일괄 배정하는 평준화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고교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의도도 담겨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선택이 제한적이지만 선호 학교와 기피 학교가 갈리는 현상을 잘 활용하면 고교들이 학생 교육에 더 열성을 쏟도록 유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의 선호도는 지역 탓도 있지만 학교가 얼마나 열심히 가르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며 “교장들도 진학 실적 등 자신의 실적이 드러나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원노조 활동이 활발한 서울 남부의 한 고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장에게 “대학 진학 실적을 내놓으라”고 항의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 양평중 김창학 교무부장은 “선호 학교가 되려면 학교장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하여 학생 가까이 가는 교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 “원하는 학교 못 보내면 박탈감 커져”=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 제도가 평준화제도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학교 선택권에 대한 욕구는 이해하지만 학교 간 격차가 심각한 상태에서 배정 방식만 바꾼다고 효과를 내기 어렵고 강남 등 기득권층의 저항이 심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도 중부학군(공동학군)의 경우 선호 학교는 경쟁률이 4 대 1이나 되는 데서 보듯 선호 학교가 소수인 상태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는 원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해 박탈감만 커질 수 있다는 것.

이금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가 우수 지역학교로 안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학교가 잘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학생이 어떤 가정환경 출신인지가 교육효과에 더 큰 영항을 주는 현실에선 낙후지역 학교의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 다른 시도에선 어떻게

서울을 제외한 12개 광역단체가 선지원 후추첨제를 실시하고 있다.

부산은 시 전체를 단일학군으로 묶어 1곳, 거주지 학군 내에서 1곳 등 우선순위를 두고 2개교를 지망하게 한다. 1지망자로 정원의 40%, 2지망자로 정원의 5%를 추첨 배정한다. 선지원 배정에서 탈락한 학생은 거주지와 통학거리를 고려해 거주지 학군 내에서 추첨 배정한다.

대구는 거주지 소속 학군 내에서 4개교를 지원하게 해 정원의 40%를 추첨으로 뽑고 나머지는 통학거리를 고려해 추첨 배정한다.

대전과 광주, 울산은 전체 고교를 대상으로 하는 단일학군에서 3, 4개교를 우선순위를 두고 지원하게 해 정원의 40∼60%까지 배정하고 나머지는 거주지와 통학거리를 고려해 추첨 배정한다.

서울시교육청 연구용역을 수행한 동국대 박부권 교수는 “전국 25개 도시는 서울보다 규모가 작아 선지원 후추첨제를 좀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다”며 “선택 기회는 4, 5회로 제한하는 것이 배정 효율과 만족도를 높이는 한계점”이라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