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해외로 흘러가는 우리 인재들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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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쓰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APU) 4년 김민주(24·여) 씨. ‘작지만 강한 대학’ 시리즈 취재를 위해 오이타 현 벳푸의 APU 캠퍼스를 찾아갔다가 만난 유학생이다.

그는 부산 외국어고에 재학 중이던 2000년 한국을 찾아온 APU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이 대학을 선택했다. 대학 4년간 학비는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받았고, 가을 졸업을 앞두고 이미 일본의 대기업인 ㈜스미토모화학에 입사가 결정됐다.

그의 오빠 재영(25) 씨도 동생의 귀띔으로 2001년 이 학교에 유학 왔다. 그 역시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대기업인 후지쓰에 취직하기로 결정돼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이니 당연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이들 오누이는 한국에 남았어도 건실한 인재가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APU에는 이들처럼 스스로 찾아온 한국 유학생이 500여 명이 넘는다. APU가 특별히 유명한 대학도 아닌데 말이다. 학교 측은 한국 학생들이 가장 우수하다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APU에는 미래를 향한 일본사회의 전략적 제휴가 피부에 와 닿게 구체화된 곳처럼 보였다.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터를, 기업은 장학금을 제공한다. 그리고 학교는 우수 학생들을 모아 교육한다. 그 결과 한적한 온천도시 벳푸에는 활력이 돌고, 기업은 손쉽게 인재를 확보하며, 학교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한다.

저개발국을 포함한 외국인에게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니 국제적인 공헌도 자랑할 만하고, 이들 인재를 일본 사회에 돌리니 고령화에 따른 젊고 우수한 인력 공백을 메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일본이지만 고급 인력에 대한 ‘욕심’은 대단하다. 최근에도 전문직 외국인에 대해서는 ‘일본판 그린카드(영주권)’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흔히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인구수와 그 질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2005년 일본의 출산율은 1.25, 한국의 출산율은 1.08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의 인력난이 일본보다 심각해지지 말란 법이 없다.

APU처럼 외국 인재를 데려와 길러내는 수준은 아니어도 좋다. 한국 인재들만이라도 나라를 떠나지 않게 붙잡아 제대로 육성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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