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지자체 과열경쟁의 끝은?

  • 입력 2006년 6월 15일 0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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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청이 2008년 개관을 목표로 2004년부터 추진해 온 공공도서관 건립 사업이 중단됐다. 남구청은 지난해 말까지 41억 원을 들여 도서관 건립 부지 3300평을 사들였다.

하지만 올해 공사비 27억 원을 마련할 수 없어 올 상반기에 착공하려던 계획을 무기 연기한 것이다.

남구청은 가난하지 않다. 올해 예산은 1237억 원이며. 재정자립도는 55.88%로 전국 구(區) 평균 재정 자립도(42.36%)보다 높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자치단체끼리의 ‘출혈 경쟁’ 으로 남구청이 다른 기관에 과다한 인센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3년 6월부터 좁고 낡은 울산 법조타운을 이전하기 위한 부지 물색에 나섰다.

울산의 5개 구·군은 갖가지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다. 그 결과 ‘법조타운 부지 2만3000평 무상제공과 토목공사’를 내건 남구청이 유치에 성공했다. 구·군 간 과당경쟁만 없었으면 부지 확보는 당연히 대법원 몫이었다.

남구청은 법조타운 부지를 평당 20만 원으로 계산해 총 부담액을 180억 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조사에서 땅값이 올라 부담액은 283억 원으로 57% 늘어났다.

남구청은 내년 말까지 약속 사항을 이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도 가용예산(연간 70억원 안팎) 대부분을 법조타운 사업에 투입해야한다. 또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올해 지방채 60억 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남구에는 1989년 건립돼 낡고 좁은 도서관이 한 곳밖에 없지만 예산 부족으로 도서관 추가 건립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물론 남구가 기존 법조타운을 다른 지역에 뺏길 경우 상권이 쇠퇴하기 때문에 법조타운 유치에 나선 남구청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울산 법조타운 유치 과정은 자치단체 간 과당경쟁이 주민의 편익을 위한 사업에까지 지장을 주는 우(愚)를 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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