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인테리어 업체 “休∼”…개점휴업-폐업 잇달아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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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사하신다고요? 오늘 오후까지만 연락주세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A 이삿짐센터 직원은 전화 문의에 이렇게 답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만 해도 이사 며칠 전 예약은 필수였지만 요즘은 당일 예약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31대책, 올해 3·30대책 등 잇따른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업체 등 부동산 관련 업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 ‘2424’ 전화번호 웃돈 3분의 1로

이삿짐 업체 및 운송 업체들의 모임인 전국운송주선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초 등록된 전국 이삿짐 업체 수는 4949개. 이 중 최소 210개가 휴업 또는 폐업했다고 신고했다. 이는 지난해(163개)보다 47개가 늘어난 것으로 신고 없이 사실상 휴업 상태인 곳까지 합하면 300개는 넘을 것으로 연합회 측은 추정했다.

연합회 한영태 전무는 “8·31대책 등으로 양도세와 취득 및 등록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집을 옮기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며 “이삿짐 업체들이 ‘제발 이사해 달라’고 기다리다 사라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아직 영업을 계속하는 이삿짐 업체들은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견 업체 기준으로 요즘 서울 시내 이사 대행료는 5t 트럭 1대 기준으로 45만∼50만 원 선. 지난해 중순보다 20만 원가량 떨어졌다.

1990년대 중반 서울 강남권에서 억 원대를 호가하던 이삿짐 업체의 상징 전화번호 ‘2424’ ‘8282’는 요즘 1200만 원에도 살 수 있다. 이 번호는 업체끼리 거래된다.

서울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협회 신정식(G트랜스 사장) 이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기존에 ‘2424’ 번호를 갖고 있던 업체한테서 서로 이 번호를 사려고 했지만 요즘은 웃돈이 헐값이 돼 비싸게 산 업체들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테리어 업계도 ‘각자 도생’

이사 비용은 떨어지고 기름값 및 인건비는 오르다보니 업체들은 인력을 줄이고 있다.

신 이사장은 “이사에는 대개 남자 4명에 여자 1명을 동원했지만 요즘은 남자를 3명만 쓰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욕 안 먹으려고 이사 뒤 스팀청소기로 청소 서비스도 한다”고 말했다.

일감에 전세 이사 대행까지 포함되는 이삿짐 업체에 비해 집을 사서 이사하는 때만 일감이 생기는 인테리어 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B인테리어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1주일에 한 건 정도는 벽지 공사 등을 따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 건도 어렵다”고 한숨지었다.

중견 인테리어 업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초까지는 일부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일감이 나와 버텼지만 지난달부터 일감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

실내건축공사업협의회 유형준 국장은 “협회에 가입한 2600여 개 업체 중 절반가량이 올해 하반기 일감을 잡지 못했다”며 “일부 중견 업체는 건설업체와 함께 아예 땅을 사서 건물을 지은 뒤 스스로 일감을 만드는 ‘도박’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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