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부모들’ 왜 자꾸 늘어나나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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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철면피’이기보다는 ‘철부지’였다. 태어난 지 50여 일 된 큰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체를 1년이 넘도록 집에 보관해 온 김모(26), 박모(23·여) 씨 부부는 “죗값을 받아야 한다”며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결혼 생활을 되짚어 보면 이 사건은 예견돼 있었다. 이 부부는 애초 가정을 꾸리거나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과 가치관의 변화로 동거 이혼 조손(祖孫) 가정이 점점 늘면서 만 1세 미만의 영아 학대 피해 신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

전문가들은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둘째는 잘 키우려 했는데…”=김 씨 부부는 지난해 1월 큰아들을 출산한 병원에 ‘밀린 병원비 100여만 원을 갚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병원에서 준 분유가 떨어지자 큰아들에게 생우유를 먹였다. 모유를 먹일 수도 있었지만 골초인 박 씨는 혹시라도 아이에게 해가 될까봐 모유를 먹이지 못했다고 한다.

큰아들이 울며 보채자 김 씨는 어린 핏덩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큰아들이 숨지고 1년 1개월 뒤 태어난 둘째 아들 역시 생후 41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이의 어깨뼈는 부러져 있었고 위는 텅 비어 있었다. 숨질 당시 몸무게는 2.75kg으로 태어날 때 몸무게(2.9kg)보다도 적었다.

박 씨는 경찰에서 “둘째는 잘 키우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둘째를 낳고 쓴 육아일기가 있었다. 하지만 육아일기에는 PC방을 전전하며 수시로 외박하는 남편과 보채는 아이에 대한 원망뿐이었다.

병역법 위반으로 수배를 받던 김 씨와 간질을 앓고 있는 박 씨의 유일한 수입은 김 씨 부모가 주는 용돈이었다. 매주 부모에게 받는 3만∼10만 원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영아 학대 점점 늘어=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 피해 신고가 접수된 아동은 모두 4633명이다. 이 중 1세 미만이 132명으로 2.8%를 차지했다.

학대 피해 아동 가운데 1세 미만의 비율은 2002년 0.7%, 2003년 1.8%에서 2004년 3.7%로 크게 늘었다. 특히 1세 미만 영아의 경우 방임(放任·돌보지 않음)과 유기(遺棄·내다 버림)가 전체 피해 아동의 80%에 이른다.

다른 연령대와 달리 영아의 경우 방임과 유기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체 학대나 정서 학대 이상으로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2004년 영아 학대 피해 신고 비율은 3.7%였지만 학대로 사망한 아동 가운데 영아 비율은 27%를 차지했다. 영아의 경우 학대 자체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재연(56·여)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영아 학대는 재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해 보호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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