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언제가 좋을까”…초등생 “효과” 중고생 “글쎄”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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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와 함께 미국에 조기유학을 떠나 3년 뒤인 5학년 때 귀국한 A(17) 군.

현재 특수목적고에 다니는 그는 국내 대학과 미국 아이비리그 진학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탄탄한 영어실력을 갖췄으면서 국내 제도권 교육을 함께 받은 덕에 가능한 얘기다.

반면 중학교 2학년 때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났던 B(17) 양은 지난해 귀국해 서울 모 고교 1학년에 편입했다. 현지에서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방황한 끝에 결국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 때 잠시 다녀오는 단기유학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조기유학을 계획 중이거나 유학 중인 29가구를 각각 2시간씩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18일 내놓았다. 향후 정책과 예산 배정에 참고하기 위한 자료다.

인터뷰 결과 초등학생 16명 대부분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조기유학을 떠나 중학교 입학 전에 귀국할 계획이었다.

“초등학생 때가 영어 습득이 빨라서 저학년 때 조기유학을 떠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올 계획이다. 아들이 어느 나라에서 생활하든 국내에서 중고교를 다니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국내 상황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한 초등학생 부모)

초등학생 단기유학은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인터뷰를 한 초등학생들은 “나이가 어리니까 어른보다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 공부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그냥 재미있게 생활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 학생 및 학부모 간의 경쟁과 갈등이 고민거리로 나타났다. 또 초등학생 단기 조기유학이 늘면서 많은 초등학교가 학생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는 한 반에 보통 2, 3명을 정원 외로 관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해외 학력 인증을 받아오지 않으면 유급시켜야 하지만 안 받아오는 학생이 워낙 많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중고교 때 유학은 실패 확률이 높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적응하는 데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걱정할까봐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던 것 같아요.”(한 중학생 부모)

중고교 때 유학을 떠나면 정체성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라 인종갈등을 심하게 겪으면서 한국 학생끼리만 어울린다는 것. 따라서 영어 실력 향상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모들은 말했다.

계획적인 초등학생 단기 유학과 달리 중고교생은 국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도피성’으로 떠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실패 확률을 높인 요인으로 꼽혔다.

인터뷰에 응한 학부모들은 ‘조기유학을 국내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실용영어 중심으로 영어교육 활성화 △특목고를 상위권 학생들의 입시기관으로 활용하는 현 실태 타파 △교육개방으로 선진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을 주문했다.

예산처는 “명확한 목적과 준비 없이 유학을 가면 막대한 개인적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며 “조기유학의 동기 유형별로 맞춤형 정책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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