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집회 허가받기 위한 심리전?

  • 입력 2006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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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이었다. 시위대는 죽봉이나 쇠파이프를 들지 않았고 경찰과의 대규모 충돌 사태가 빚어지지도 않았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집회를 14일 강행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4, 5일 집회에서처럼 과격한 폭력시위가 예상됐다.

경찰도 군사시설보호구역인 대추리에서의 집회를 허가하지 않은 채 불법집회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이를 두고 범대위가 ‘폭력시위’를 포기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경찰은 경찰력의 수적 우위와 폭력시위를 반대하는 여론이 평화시위를 이끌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찰은 평택 시위 현장에 전·의경 2만여 명을 투입했다. 시위대(4100여 명)의 5배에 이르는 인원이다. 이 때문에 시위대는 경찰에 둘러싸여 대추리로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폭력시위를 하지 않은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명숙(韓明淑) 국무총리는 12일 이택순(李宅淳) 경찰청장에게 범대위가 평화적 시위를 약속하는 만큼 대추리 집회를 허용하는 방법을 검토해 봐 달라고 요청했다.

▶본보 13일자 8면 참조

경찰은 끝내 대추리 집회를 불허했지만 범대위는 나름대로 평화적 시위를 벌임으로써 한 총리와의 약속을 지켰다. 앞으로 범대위는 ‘약속을 지킨 만큼 대추리에서의 집회를 허용해 줄 것’을 끈질기게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말마다 대규모 시위를 벌일 범대위가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14일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추리 집회를 허용한 뒤 갑작스럽게 시위대가 돌변하면 그때부턴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범대위는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대추리의 군사시설보호구역 철회’, ‘기지확장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화보보기 : 평택 대추리 대규모 집회…경찰과 충돌 (화보1)(화보2)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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