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지자체 브랜드 양산 허와 실

  • 입력 2006년 5월 1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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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시는 최근 ‘명실상주’를 지역 특산물의 공동브랜드로 정했다. ‘알려진 이름과 실제 내용이 틀림없이 맞다’는 뜻의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과 상주(尙州)라는 도시이름을 합쳐 만들었다. 상주시는 4200여만 원을 들여 개발한 브랜드를 지역 특산물인 쌀과 곶감, 포도에 붙여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 공략에 활용할 예정이다.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 업체나 농축산업자를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공동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매출 확대에 효자노릇을 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홍보부족으로 인지도가 낮아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너도 나도 브랜드 개발=임꺽정, 참별미소, 우주로, 남도미향, 하이서울…. 전국 지자체가 개발한 공동브랜드다.

3월 말 현재 전국 16개 시도와 기초자치단체가 개발한 공동브랜드는 247개. 2002년 10월 말 81개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1998년부터 올 3월까지 시 도에서 출원한 브랜드는 지자체 공동브랜드를 포함해 3900여 개에 이른다. ‘브랜드 공화국’이라 할만한 수치다.

쌀 브랜드만 봐도 전국적으로 1900여 개나 된다. 충북도의 경우 농산물 과채류 축산물에 사용하는 577개의 브랜드 중 공동브랜드는 154개이다. 나머지는 개별 브랜드.

충북도청의 담당자는 “같은 행정구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지만 작목반마다 개별 브랜드를 만들어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말했다.

같은 품목에 브랜드가 수십 개나 돼 소비자는 브랜드를 거들떠보지 않고 가격이 비싼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개발만 하고 홍보는 뒷전=전남도가 지난해 5월 개발한 ‘남도미향’은 여수돌산 갓김치, 담양한과 28개 농수산 가공식품의 통합 브랜드로 사용된다.

전남도가 지난해 5억여 원을 들여 TV, 전광판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광고에 나서 브랜드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올해 광고비 4억 5000만 원 중 1억 5000만 원을 업자들이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농민 서두석(67) 씨는 “남도미향 브랜드를 사용한 뒤 매출이 전년보다 20% 늘었다”며 “브랜드 덕을 본 농민이 광고비 일부를 부담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체 개발한 공동브랜드의 홍보 예산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시가 공동브랜드인 쉬메릭과 관련해 확보한 올해 광고비는 13억9500만 원. 이 가운데 9억 원은 지역 연고 프로축구단인 대구FC에 간접 홍보비로 지원한다. 직접 광고비는 4억여 원에 불과하다.

대구 동구는 공동브랜드(갓방구) 사용료로 연간 600여만 원을 브랜드 사용 업체로부터 받지만 절반만 광고비로 사용한다.

▽개점휴업 브랜드도=서울 강동구는 2001년 공동브랜드 ‘KD’를 개발했으나 지금까지 참여 업체가 없어 사실상 사용하지 못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브랜드 개발 당시 2개 업체를 선정해 E마트에 입주시켰지만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매장을 없앴다”며 “브랜드를 사용하겠다는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신발 및 패션산업 부흥을 내걸고 부산시가 1997년에 개발한 공동브랜드 ‘테즈락’은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에 실패해 업체들이 참여를 외면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지방혁신인력개발원 모성은(牟聖恩·지역경제 전공) 교수는 “브랜드 개발사업이 성공하려면 시 군 단위로 개발되는 브랜드를 광역브랜드로 통합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홍보와 품질관리 등 체계적인 마케팅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 지역경제 담당 김상기(金商基) 사무관은 “지자체 브랜드 가운데 성공한 브랜드는 적극 지원하고 부진한 브랜드는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함평군 ‘나르다’ & 충남도 ‘토바우’…아이디어 뒷받침한 철저한 관리로 ‘대박’

인구가 4만 명인 전남 함평군은 재정자립도가 12%로 전남에서 군세(郡勢)가 가장 약한 곳이다. 관광 명소나 이렇다 할 특산품이 없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만이 자랑꺼리였다.

함평군은 1999년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나비를 소재로 축제를 열었다. 나비 축제는 엄청난 효자 노릇을 했다.

축제 개최 이후 방문객이 연간 300만 명으로 늘었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6년간 1000억여 원으로 추산됐다.

대박을 터뜨린 함평군은 나비를 소재로 하는 브랜드 개발에 나서 ‘나비가 날다’는 뜻인 ‘나르다(Nareda)’를 만들었다.

액세서리, 문구류 등 38종 299개 상품에 브랜드를 사용해 지금까지 4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품질이 뛰어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도 ‘나르다’ 넥타이를 맨다.

함평군 박화숙(朴花淑) 경영수익팀장은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가 열리는 2008년까지 ‘나르다’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충남도가 농협과 함께 개발한 브랜드 ‘토바우’(충남의 토박이 한우 브랜드)도 국내 축산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토바우는 지난해 10월 25일 서울축산물 공판장에 상장된 이후 매주 1차례 씩 계속된 25차례의 경매에서 모두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전국 유명 한우의 1등급 판정 비율은 평균 50%에 불과하다. 가격도 크게 올랐다. 2월 평균 토바우의 출하가격(500kg)은 521만7500원으로 산지 한우보다 170만 원 가량 비쌌다.

토바우가 각광을 받자 참여를 원하는 축산농가가 늘었다. 충남도는 참여 농가를 현재의 500여 곳에서 1300여 가구로 늘리는 대신 자격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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