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청계천 걷고 싶다” 첫 소송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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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자랑 청계천, 장애인들에게는 ‘차별천(差別川)’입니다.”

이모(26) 씨 등 중증 지체·시각장애인 5명이 제26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서울시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45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직장에서의 인사 불이익이나 보험 가입 자격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소송은 있었지만 청계천과 같은 유형의 건축물과 관련한 장애인 차별을 이유로 소송이 제기되는 것은 처음이다.

▽“가까이 가기도 걷기도 어려운 청계천”=이 씨 등은 소장에서 “시민이라면 누구나 ‘청계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복원 설계와 시공으로 장애인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계천에 가까이 가기도 어렵고(접근권 침해) 청계천 주변 보도와 산책로를 자유롭게 걷기도 힘들다(이동권, 보행권 침해)는 것이다.

이 씨 등은 청계천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 “헌법과 장애인 복지법,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 등에 보장된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가 위법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얼마나 어렵나=이 씨 등은 우선 청계천과 차도 사이의 보행로가 매우 좁다고 주장했다. 청계천 옆 보도는 전체 폭이 1.5m다. 그러나 보도 한가운데 가로수가 심겨 있어 실제 통행이 가능한 폭은 60∼70cm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씨 등은 “이처럼 좁은 보도에서는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도 오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장애인들이 청계천변을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진출입로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청계천변에는 모두 30개의 진출입로가 있다. 이 가운데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계단식이 23개이고 휠체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경사식은 7개다.

▽서울시, “장기 복원 계획 거치면 나아질 수 있을 것”=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복원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복원 계획이 실현되면 청계천의 폭을 좀 더 넓게 확보할 수 있어 장애인 관련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무료로 대리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共感)’의 염형국(廉亨國) 변호사는 “청계천에는 최근에도 하루 평균 20여만 명의 시민이 오가는데 청계천의 현 상황은 비장애인들에게도 위험한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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