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입양]<下>공개입양으로 가는 길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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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 서부지역 국내 입양 부모 모임이 경기 용인시 구성동산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13가정 가운데 9가정이 2명 이상을 공개입양했거나 입양할 계획이다. 용인=동정민 기자
1일 경기 서부지역 국내 입양 부모 모임이 경기 용인시 구성동산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13가정 가운데 9가정이 2명 이상을 공개입양했거나 입양할 계획이다. 용인=동정민 기자
1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사무소를 찾은 박상호(朴相昊·43) 안산1대학 교수는 연방 싱글벙글했다. 박 교수의 막내 주형(1) 군이 호적에 오르는 날이었다.

동사무소 직원에게서 받은 박 교수의 호적등본에는 주형 군의 부모란이 비어 있었다. 1월 주형 군을 입양한 박 교수 부부가 ‘양자 입적’을 통한 공개 입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반 입양의 경우 부모란에 입양 부모의 이름이 오른다.

▽“아빠를 닮았대요”=박 교수는 14세 때 혈우병으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인(3급)이 됐다. 그는 1994년 교회에서 만난 한현미(韓賢美·38) 씨와 결혼하면서 입양을 하기로 했다.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친자인 첫아이 찬영(12) 군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박 교수 부부는 입양기관을 찾았다. 이들은 언청이인 주형 군을 본 순간 ‘내 아이’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 부부는 사회적 편견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양자 입양을 했다. 박 교수는 “주형이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입양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주형이의 미래를 위해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 입양은 사회적으로 더 많은 격려와 지원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면서 “입양 사실을 알고 있는 이웃들이 주형이에게 ‘아빠 닮았네’라고 말할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비공개 입양의 아픔=아이를 낳지 못해 지난해 7월 입양을 선택한 한모(40·여) 씨는 입양한 딸의 돌잔치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돌잔치에 찾아온 친구들이 입양 사실을 눈치 챌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입양 3개월 전부터 임신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배 부위에 솜을 말아 덧댄 옷을 입고 다니기도 했다.

한 씨는 “이웃들이 ‘아이가 엄마 아빠를 안 닮았네’라고 농담조로 얘기할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면서 “언제까지 입양 사실을 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지난해 12월 남자 아이를 입양한 김모(41·여) 씨는 얼마 전 이웃이 입양기관에서 오는 우편물을 보고 입양 사실을 알게 되자 아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부끄럽지 않은 입양=홀트아동복지회의 경우 국내 입양 가운데 공개 입양은 2002년 23.6%에서 지난해 42.6%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입양은 대를 잇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공개 입양이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제도적 혜택도 공개 입양 증가의 한 원인이다.

입양 부모가 입양확인서를 구청에 제출하면 입양 아동에게 일반 건강보험보다 폭넓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급여1종이 주어진다.

입양 아동에게는 중고교 등록금도 면제된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공개 입양한 가정에 3년간 매달 5만∼20만 원씩 지원하기도 한다.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韓蓮熙) 회장은 “체계화된 입양 부모 교육을 통해 입양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허남순(許南順) 교수는 “부모와 아이 모두 공개 입양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양의 아픔을 덜어 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셋째 아이, 낳으면 축하금 받고 입양땐 알선료 내야▼

지난해 3번째 아이 시연 양을 입양하면서 입양 알선비 210만 원을 낸 김인옥(39·여) 씨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입양아를 친자식과 차별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이 세 번째 아기를 낳으면 보육비와 학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출산축하금까지 주고 있지만 입양 부모들은 자녀 수와 무관하게 200만∼220만 원의 입양 알선비를 내야 한다.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어린아이를 입양하면 출산휴가와 똑같은 기간인 4개월 동안의 입양휴가를 준다. 미국 캐나다도 어린 아동을 입양하면 입양휴가 혜택을 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입양부모 단체 지원, 교육 보조금 확충 등 예산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국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입양의 날을 맞아 입양의 참뜻을 알리는 운동과 입양휴가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정부-지자체 등 ‘입양의 날’ 행사 풍성▼

5월 11일 제1회 입양의 날을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입양 기관들은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대한사회복지회와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1회 입양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기념식장에서 입양 문화 개선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60여 개의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경기 과천시는 한국입양홍보회와 함께 과천시민회관 소극장과 중앙공원 등에서 ‘입양가족 역량강화 워크숍’(5월 12일)과 ‘입양축제’(5월 13일)를 준비하고 있다.

동아닷컴(www.donga.com)은 동방사회복지회와 공동으로 친부모-친자식 찾기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코너를 마련했다. 이 코너에 친부모나 친자식을 찾는 사연과 사진을 올리면 동방사회복지회가 함께 찾아 나설 예정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제1회 입양의 날 관련 행사들
단체행사
대한사회복지회―제1회 입양의 날 기념식(5월 11일, 코엑스 오디토리엄, 보건복지부 공동 주최)
동방사회복지회―국내입양가족 간담회 및 운동회(5월 9일)
―해외입양인 266명을 조사해 쓴 ‘응답받은 기도들’(가제) 출판(5월 초)
홀트아동복지회―입양주간 개막행사 거리캠페인 실시(5월 8일, 신촌 현대백화점 앞)
―입양부모간담회(5월 9일)
―인터넷 라디오 방송 ‘입양만세(adoption.inlive.co.kr)’ 시작(4월 13일)
한국입양홍보회―입양가족 역량강화 워크숍(5월 12∼13일, 정부과천청사역 앞 그레이스호텔)
―입양축제(5월 12∼13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 & 중앙공원)
해외입양인연대―입양인과 친부모들의 야유회(5월 13일, 장소 미정)

부모를 찾으시는 분이나 자식을 찾고 싶은 부모, 입양을 하고 싶은 분들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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