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입양]“나도 아이 입양해 행운 나누고 싶어”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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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졸업식… 양부모와 함께얼굴은 다르지만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성장한 에이미 캐스퍼 씨는 성인이 된 뒤 자신의 뿌리를 되찾았다. 한국인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그가 로스쿨 졸업식에서 자신을 친자식처럼 키워 준 양부모와 자리를 함께했다. 사진 제공 에이미 캐스퍼 씨
로스쿨 졸업식… 양부모와 함께
얼굴은 다르지만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성장한 에이미 캐스퍼 씨는 성인이 된 뒤 자신의 뿌리를 되찾았다. 한국인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그가 로스쿨 졸업식에서 자신을 친자식처럼 키워 준 양부모와 자리를 함께했다. 사진 제공 에이미 캐스퍼 씨
《올 5월 11일은 제1회 ‘입양의 날’이다.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3월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될 때 신설됐다. ‘한 가정이 한 아이를 입양하자’는 의미에서 가정의 달인 5월 중 11일을 선택했다. 한국은 매년 2000여 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고 있다. 입양에 대한 어두운 선입견이 점차 옅어지면서 공개적인 국내 입양도 늘고 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국내외 입양인을 통해 한국의 입양문화를 짚어 보기로 했다. 동아닷컴(www.donga.com)에는 부모를 찾고 싶은 국내외 입양인, 자식을 찾고 싶은 친부모, 입양을 하고 싶은 일반인이 사연과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코너가 마련됐다.》

“아가야, 내 품에 안긴 걸 환영한단다.”

짐 도일 위스콘신 주지사의 수석법률보좌관 에이미 캐스퍼(백경미·30·여) 씨는 지난해부터 틈날 때마다 남편과 함께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는 올겨울 한국에서 아기를 입양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입양은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축복이자 기회”라며 “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때로는 핏줄로 엮인 가족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입양은 축복”=1976년 8월 부산의 한 조산원에서 태어난 캐스퍼 씨는 가난했던 생모의 결정에 따라 동방사회복지회를 거쳐 위스콘신 주 북부의 중소 도시로 입양됐다.

10명 중 9명이 백인이고 동양인은 전체 인구의 1.7%에 불과한 위스콘신 주에서 캐스퍼 씨는 학창 시절 “너는 외국인 교환학생이니”, “친부모는 너를 왜 버렸니” 등의 짓궂은 질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때마다 양어머니는 “입양된 딸과 내 배로 낳은 딸은 똑같이 사랑스럽다”고 다정하게 말해 줬다.

캐스퍼 씨는 어린 시절 일부러 한국을 잊고 미국인처럼 살았다. 소프트볼, 학생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2000년 위스콘신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대형 로펌에 취직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됐다.

그는 2001년 여름 우연히 한국을 찾아 모국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내 입양 서류를 보고 태어난 곳을 찾아 친부모 소식을 알게 되면서 한국이 내 뿌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캐스퍼 씨는 동방사회복지회 소식지에 친부모에게 드리는 공개편지를 썼다. 그는 “친부모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입양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입양은 인생에 큰 도움”=광복 이후 지금까지 해외로 입양된 사람은 모두 16만여 명.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산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방사회복지회는 해외로 입양된 266명(1986년 이전 출생자)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5개월 동안 설문조사를 했다. 해외 입양인의 삶에 대해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보가 입수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인 211명이 “입양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21명은 “나도 아이를 입양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대답해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응답자의 학력은 87%가 대학 재학 이상이었다. 로스쿨을 졸업했거나 경영학석사(MBA) 등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도 20%에 달했다.

동방사회복지회 김태옥(金泰玉·56·여) 입양사후관리부장은 “흔히 버림받았다고 여겨지는 입양아 10명 가운데 9명이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양부모들의 충분한 교육 지원과 입양에 대한 개방적인 문화가 낳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해외 입양 반대 목소리도 있어=일부에서는 성장 과정에서 인종차별과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다는 이유로 해외 입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1982년 세 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피에르 모로(가명·28) 씨는 “성장과정에서 남자 아이들은 체구가 작고 약해 신체적으로 힘들어하고, 여자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고통받는다”면서 “일부 입양인은 인종차별에 시달리다 약물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선 아이를 버렸을 때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처벌 받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이를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입양인을 국가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허남순(許南純) 교수는 “해외 입양인은 대부분 모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방문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체험이나 한국어 학습 지원 등 소극적 지원에서 입양인의 한국 정착과 사업 및 투자를 돕는 적극적인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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