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3050의 실버디자인]“인생재설계? 10억은 있어야”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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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지난달 22∼24일 서울 소재 대기업의 30, 40, 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노후생활에 대한 이미지와 준비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연령대별로 나누어 심층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했다. 각 그룹에는 5∼8명이 참여했다. 이와 별도로 영세 자영업자 50명과 복지문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직접 면접 및 전화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노후에 대해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자신이 기대하는 것에 비해 노후 준비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승권(金勝權)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정책연구본부장은 “멋진 노후 준비에 돈이 전부는 아니다”면서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취미, 지역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 직장인들, 인생 ‘이모작’으로 승부

50대와 40대 중반 이상 직장인들은 현실적으로 퇴직이 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노후 모습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질병, 외로움, 무력감 등의 이미지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여유로움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운이 좋아 50대 후반에 은퇴한다 해도 30년 넘게 남는다. 은퇴하면 사회적 영향력은 떨어지겠지만 불행할 것 같지는 않다. 인생 이모작 때는 하고 싶었던 음식 공부를 하면서 관련 분야의 방송 리포터를 하고 싶다.”(40대 후반의 S그룹 이사)

준비 기간이 많은 30대는 더 희망적이었다.

“내가 60, 70세가 됐을 때는 지금의 노인들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꾸준한 운동과 성형수술로 젊음을 유지하겠다. 그때쯤 가면 대단히 유명한 치즈 관련 요리사가 돼 있을 것이다.”(30대 중반 O그룹 과장)

○ 기대에 비해 준비는 부족

노후생활을 전반적으로 밝게 보고 있지만 막상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는 대체로 부족한 편이었다.

특히 이번 심층조사에서 드러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30대가 노후에 대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40, 50대가 막연한 설계와 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한 친구 6명과 함께 서울 근교에서 도넛 모양의 집 6채를 짓고 함께 살 계획이다. 아내들도 동의했고 땅도 알아봤다. 적금도 붓고 있다.”(30대 초반 O그룹 대리)

“남편과 함께 55세까지 20년간 열심히 일해 돈 모으고 은퇴 후에는 좋아하는 첼로 연주를 하고 책도 쓰고 싶다. 마을 노인을 모아서 오케스트라를 만들면 멋질 것 같다.”(30대 중반의 S그룹 여성 과장)

“어젯밤에 처음으로 통장을 꺼내 놓고 계산해 봤다. 달리 노후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당장 부업을 할 형편도 아니어서 노후에 얼마가 필요할지도 꼼꼼히 따져 보지 못했다.”(40대 초반 S그룹 부장)

인터뷰 대상자에게 ‘자신이 기대하는 노후를 위해 집을 빼고 얼마 정도의 재산이 필요할 것인지’를 물어본 결과 연령과 직급에 관계없이 “10억∼20억 원”이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얼마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30대 일부와 대기업 이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5억 원도 채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만큼 ‘기대’와 ‘현실’의 격차가 컸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45세의 직장인이 58세에 은퇴해 지금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주택 외에 현금 자산으로 최소 9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영업자, 은퇴 없지만 불안감 커

자영업자는 은퇴 시기가 없는 대신 빠듯한 생활로 저축액이 많지 않은 게 보통이다. 더구나 퇴직금도 없어 계획적인 노후 설계는 더욱 힘들다.

“‘노인’ 하면 추하게 늙는다는 생각밖에 안 난다. 자식에게 짐 안 되고 곱게 늙으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먹고살기 바쁘다.”(50대 중반·여·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잡화상)

그나마 노후에 일거리가 있으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9년째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데 자식들이 취직하고 나면 파주, 양평같이 환경이 좋은 곳에 가서 택시 운전하면서 용돈이나 벌겠다.”(50대 후반·서울 강서구 화곡동·택시운전사)

현재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는 약 570만 명. 하루하루 벌어먹기 힘든 이들은 노후 준비는 생각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 돈 적게 들이고 즐기는 방법 찾아야

노후 대비 항목 1위는 당연히 ‘건강’이었다. 그 다음이 ‘돈 또는 일’과 ‘가족관계’가 비슷한 비중이었다.

특히 연령대, 직장인, 자영업자를 가리지 않고 “자녀에게 기대는 시대는 이미 갔고 늙을수록 자녀보다는 배우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대답했다.

광주여대 박천규(朴天圭) 실버케어학 교수는 “노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다”면서 “어차피 수입은 정해져 있는 만큼 욕심 없이 살고, 돈 없이도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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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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