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바다사진관’ 전시회 김보섭 씨

  • 입력 2006년 3월 21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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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오빠’인 지운이 할머니, 연락책인 쌍둥이 엄마, 화수동 할머니, 오반장, 넙신이, 금자 엄마, 영배 엄마.

선주 부부와 함께 통통선 ‘수복호’를 타고 인천 앞바다에 나가 굴을 캐는 선원들의 이름이다. 본명이 있지만, 배에서 이처럼 편하게 부른다.

이들은 모두 20년 이상 배를 탄 ‘할머니 선원’. 인천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찍는 사진작가 김보섭(51) 씨는 3년 넘게 ‘수복호 사람들’을 따라 다니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말 세상을 등진 영배 엄마와 화수동 할머니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이들은 관절염을 심하게 앓고 있었지만 진통제를 먹으면서까지 배를 타는 억척스러움을 보였다고 한다.

“‘인천 할머니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남겨두고 싶어 1998년부터 ‘바다 사진관’ 작업을 하고 있어요. 끈으로 묶은 장화를 신고 고무 함지를 끌면서 조개를 캐던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김 씨의 바다 사진관 배경은 ‘인천의 천덕꾸러기’ 같은 포구인 북성, 만석, 화수 등 3개 부두. 경인전철 인천 종점인 인천역에서 걸어서 10∼20분 거리다.

그는 “어렸을 적엔 이들 부두에 수협이 있어 많은 고깃배와 선원이 들끓었다”며 “공장과 진흙이 뒤엉켜 있지만 아직도 굴을 까는 ‘굴막’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인천 이야기’가 살아 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김 씨는 새우젓 사기 위해 배낭 메고 나온 동네 아줌마, 비 오는 날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아낙 등 그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전시회는 24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미추홀전시실에 이어 29∼4월 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중학생 시절부터 사진기를 메고 다녔던 김 씨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83년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동아미술제에서 사진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영화관 운영을 접은 뒤 사진작가의 길만 걷고 있다. 청관거리로 불리던 차이나타운을 4∼5년간 집중적으로 찍었다.

“사진을 찍다 보면 그 대상에 애정이 마구 솟아오르게 됩니다. 시커먼 물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사람 없는 식당들, 노인들만 남아 있는 곳도 현재의 인천이기에 이 곳에 초점을 맞춰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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