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제은행 출제’ 하긴 하나…98년 추진 발표후 제자리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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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2014학년도부터 시험의 출제 방식을 문제은행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은행은 시험을 볼 때마다 출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미리 개발해 축적해 놓은 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인데 토플이나 미국 수능(SAT)이 이런 방식으로 출제되고 있다.

▽“문제개발 시간 촉박”=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 10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를 발표하면서 들쭉날쭉한 수능 난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은행 도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2008학년도 수능부터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일부 과목부터 시작해 2010년 전 영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와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은행식 출제방식에 대한 실무 논의 과정에서 촉박한 일정 등을 들어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1단계로 2008, 2009학년도에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일부 과목을, 2단계로 2010, 2011학년도에 제2외국어·한문 전 과목을 문제은행식으로 출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3단계로 2012, 2013학년도에 수리, 외국어 영역을 거쳐 4단계로 2014, 2015학년도에는 전 영역에 문제은행식 출제가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도입 시기와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며 “올해 추가로 정책연구를 실시한 뒤 연말에 결론을 내겠다”고만 밝혔다.

▽문제은행 8년간 논의만=교육부는 1998년에 2002학년도 대입제도를 발표하면서 “평가원의 문제개발 추이를 보아가며 문제은행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2004년 당시 “문항 공모 출제에 의한 문제은행을 도입하겠다”며 “2009년까지 최소 73명의 전담인력이 필요하고 영역별로 필요 문항수의 100배인 12만 문항을 축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축적된 문항은 하나도 없어 문제가 터질 때만 미봉책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가원은 최근에서야 문제은행연구부를 신설하고 연구원을 일부 채용하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능의 변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9등급제로 전환하고, 대학들도 9등급제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굳이 문제은행을 도입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각국 대입 관련 출제기관 인력 및 예산 비교
국가기관인력예산
미국ETS2500명(전문인력 1100명)6억 달러(약 6000억 원)
영국AQA400명7350만 파운드(약 1320억 원)
일본 대학입시센터106명(연구교수 20명)1011억 원
한국한국교육과정평가원 32명167억 원
자료: 교육인적자원부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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