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特別市, 대구!…2년새 공연수 2.5배로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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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칠성2가의 대구 오페라하우스. 브로드웨이 뮤지컬 ‘프로듀서스’ 공연 나흘째를 맞은 이날, 수요일 저녁인데도 극장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1500석 규모의 극장에 입장한 관객이 1400여 명. ‘대구가 공연산업의 희망이다’라는 공연업계의 입소문을 실증하는 현장이었다.

▽공연 편수 2년 새 2.5배로 늘어=‘프로듀서스’는 이미 예매로 매진된 공연이 8회나 된다. 현재까지 평균 유료객석점유율은 65% 선. 제작사인 설앤컴퍼니는 공연이 끝나는 31일까지 서울 공연의 유료 관객 비율(70%)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구에 앞서 공연했던 대전에서는 유료관객이 50%선에 그쳤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인구로는 부산이 ‘제2의 도시’지만, 뮤지컬시장 규모로는 부산이 대구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지방에서 유일하게 장기공연이 가능한 곳이 대구”라고 말했다.

뮤지컬뿐만 아니다. 이달 5일 한 달 간의 장기공연을 마친 연극 ‘라이어’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친 대구 장기공연에서 모두 90% 안팎의 높은 유료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 티켓링크에 따르면 대구에서 열린 전체 공연 편수는 2003년 124편에서 지난해 314편으로 늘었다. 티켓 판매 총액도 2003년 19억7000만 원에서 지난해 66억9000만 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실제로 대구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전체 공연 중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3.9%에서 올해는 67.1%로 껑충 뛰었다.

대구에 뮤지컬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뮤지컬 ‘맘마미아’ 성공 이후. 당시 지방 공연은 길어야 열흘이었지만, ‘맘마미아’는 두 달이 넘는 장기 공연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6만4000명의 관객을 모은 ‘맘마미아’ 대구 공연은 지난해 흥행 성적 5위 안에 들었으며 이는 지방공연으로는 유일한 기록이다.

▽인근 지역까지 흡수=‘맘마미아’ 대구 공연에는 경북 구미, 울산 등 대구 이외 지역에서 온 관객이 45%나 차지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대구 공연에도 인터넷 공연동호회 ‘뮤클’의 부산지역 회원 100명이 단체로 ‘원정관람’을 하고 갔다. 이는 대구가 인근의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

대구의 강점은 ‘좋은 인프라와 탄탄한 관객층’이다. 대구에는 9월 개관하는 1300석짜리 대극장을 포함해 1000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이 6개나 된다. 대구지역의 한 공연기획자는 “대구에는 ‘알부자’가 많아 고가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층이 타 지역보다 두껍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VIP 고객 마케팅용 단체 티켓을 구매할 때도 대구는 유일하게 서울과 함께 표를 구매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프로듀서스’ 공연에도 5개 대기업이 서울과 대구 지역을 모두 구입하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VIP 마케팅’이 통한다는 것.

▽뮤지컬 도시로=대구시는 총제작비 중 인건비가 60% 이상 차지하는 공연산업이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는 점에 주목해 내년부터 해마다 1월에 ‘대구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이 행사를 발전시켜 대구를 ‘아시아 뮤지컬 중심도시’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구시 문화산업과의 김대권 계장은 “3만5000평 규모의 터를 확보해 3개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포함하여 뮤지컬 인력 양성기관, 무대장치 제작소 등을 갖추는 등 2012년까지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공연 첨단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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