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은 국어사전에 오를 자격 있을까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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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은 사전에 오를 자격이 있을까 없을까.

국립국어원과 금성출판사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성출판사는 2004년판 ‘훈민정음 국어사전’부터 ‘얼짱’을 표제어(명사·속어)로 올렸다. 이를 두고 국립국어원 조남호 학예연구관은 최근 발간된 국립국어원 e메일 소식지 ‘쉼표, 마침표’에서 “얼짱은 사전에 오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관은 “유행어 사전과 같은 특별한 목적의 사전이 아니라면 단어로서의 안정적 자격을 확보한 단어라야 사전에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유행어는 사전에 오를 자격이 없는데, 얼짱의 경우 외모 지상주의 열풍이 사라지면 더는 쓰이지 않을 말이라는 주장이다. ‘얼굴’과 속어인 ‘짱’을 결합한 조어방식이 국어에서 아주 낯선 방식이라는 것도 사전 등재 부적격 판정 이유 중의 하나라는 게 조 연구관의 지적이다.

반면 금성출판사 안상순 사전팀장은 얼짱이 일시적 유행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뉴스 검색 인터넷 사이트인 카인즈(KINDS)에 따르면 얼짱은 2001년 처음 신문에 나타난 뒤 2003년 302건, 2004년 1865건, 2005년 930건의 사용빈도를 보였다는 것. 이 같은 사용 빈도, 4, 5년의 긴 생존력만으로도 이미 한국어의 어휘 목록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안 팀장은 주장했다. 더욱이 신문이라는 비교적 정제된 매체에 높은 빈도로 쓰인 것도 안 팀장이 보는 얼짱의 사전 등재 적격 판정 이유다.

그러나 조 연구관은 “4, 5년의 사용기간도 일시적 유행에 해당한다. 일제강점기 때 쓰였던 ‘모던 보이’의 경우 10년 이상 쓰였지만 사라진 말”이라고 반격했다.

반면 안 팀장은 “사전이 언어 현실을 빠르게 반영하는 게 미덕인 시대”라고 주장한다. 단, 고유어 ‘얼굴’이 더 쪼갤 수 없는 하나의 형태소인데도 이를 쪼개 말을 만든 것은 전통적 조어 규칙에서 벗어난 것이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훈민정음 사전에는 얼짱 외에 짝퉁 남친 여친 초딩 고삐리 같은 속어도 표제어로 올라 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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