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원]평생교육원서 제2인생 찾은 사람들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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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2005학년도 평생교육원 수료식에서 보육교사양성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담임 교수를 헹가래 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경(35) 씨, 이남정 교수, 조은영(27) 씨, 양산순(51) 씨.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학생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양분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원건 기자
7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2005학년도 평생교육원 수료식에서 보육교사양성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담임 교수를 헹가래 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경(35) 씨, 이남정 교수, 조은영(27) 씨, 양산순(51) 씨.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학생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양분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원건 기자
《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인생의 오아시스에서 살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다 온 주부와 머리색이 하얀 할머니가 서로 친구로 지니며 각자 자신의 삶을 다시 발견하고 있었다. 대학의 평생교육원. 그곳에 다니는 ‘일반인’ 학생들의 모습은 그랬다. 학교를 찾은 동기는 저마다 달랐지만 “이곳이 아니었다면 인생의 재미를 몰랐을 것”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 새 인생을 얻었다

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젬마홀에서 열린 2005학년도 평생교육원 수료식에서 양상순(51·여·경기 시흥시 정왕동) 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양 씨는 “보육교사양성 과정을 들으며 한 사회에서 차지하는 아이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29세가 되던 해부터 남편과 개척교회를 세워 주변의 청소년들을 돌보아 온 양 씨는 이번에는 주변의 불우한 영유아를 돌보기 위해 1년 전 평생교육원을 찾았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허약한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교육원에 첫 등교를 할 때는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몸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생기를 되찾았다.

양 씨는 “내가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았던 이유가 어린 시절 내가 겪은 불우한 환경 때문이었다는 것도 영유아 심리에 대해 배우면서 깨달았다”며 “내 몸도 더 아끼고 사랑해 남은 시간을 주변의 불우한 아이들을 돌보는 데 다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보육교사양성 과정을 마친 신명지(24·여·경기 안산시 본오동) 씨는 “대학을 휴학하고 다시 복학할 형편이 못 돼 이곳에서 공부를 하게 됐다”며 “이달부터 어린이집 교사로 취직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

홍익대 미술디자인교육원을 다니고 있는 백일분(63), 박숙영(56), 최은희(56), 정재은(33), 이현주(58) 씨(오른쪽부터). 정 씨를 제외한 4명은 20년째 평생교육원을 다니며 ‘학창 시절’을 즐기고 있다. 홍진환 기자

홍익대 미술디자인교육원에는 20년째 다니는 학생들이 여럿 있다. 백일분(63·여·서울 강서구 염창동) 씨는 교사 생활을 접은 1987년 홍익대 미술교육원에 동양화 과정이 생기자 주저 없이 학생으로 등록해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백 씨는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계절이 바뀌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음을 발견했다. 봄에 새싹이 피는 것이 전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며 웃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 교사의 칭찬으로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박숙영(56·여·서울 송파구 잠실동) 씨 역시 20년째 동양화 과정에 다니고 있다. 박 씨는 “친구들은 나만의 세계를 가진 나를 부러워한다”며 “점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겠지만 그림이 있어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이들은 ‘젊은이’였다. 이현주(58·여·서울 광진구 광장동) 씨는 “부모의 반대로 하지 못했던 미술 공부를 너무 하고 싶어 막내아이가 100일이 되던 날 시작해 20년째 계속하고 있다”며 “하루에 2시간씩밖에 못 잘 때도 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그림을 그릴 때”라고 말했다. 서양화 과정에 20년째 다니고 있는 최은희(56·여·서울 마포구 상수동) 씨 머릿속은 항상 바쁘다. 주변의 작은 사물을 접할 때마다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주변의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눈을 갖게 된 것이 평생교육원에 다니면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이라고 말했다.

○ 지식 충전으로 ‘업그레이드’

경기 광명시 철산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용(37·남) 씨도 7일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수료식을 가졌다. 미용산업 과정에 다닌 이 씨는 “미용실 문을 닫는 화요일마다 나와 최신 미용기술을 익혔다”며 “12년 동안 이 일을 하며 5년 전에 겨우 가게를 차렸는데 이 가게를 평범하게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자신이 충만해지는 경험도 한다. 홍익대 미술디자인교육원에 다니다가 같은 대학원 정규과정에 입학한 정재은(33·여·경기 안양시 동안구) 씨는 “서양화를 통해 서양 철학까지 배우면서 내 자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라며 의미 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이를 키우던 주부들은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거치면서 실용적인 지식도 는다.

김선경(35·여·서울 구로구 구로5동) 씨는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배우고 나서야 우리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왜 일찍 이런 과정에 다니지 않았던가를 후회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이남정(李南靜) 보육교사양성 과정 교수는 “평생교육원을 찾는 학생들의 열정은 교수들을 긴장시킬 정도로 뜨겁다”며 “지식과 기술이 급변해 가정 안에 머물고 있으려 해도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된 만큼 교육대상자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우리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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