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황호택]천성산과 청계천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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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부안군수에게서 전북 부안군에서 일어났던 소용돌이의 전말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부안이 거부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천년 고도(古都) 경북 경주시가 90%에 가까운 주민투표 찬성률로 가져간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2003년 9월 내소사 주지 진원 스님을 찾아갔다가 방폐장 반대 측 주민에게 붙잡혀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는 군중 속에서 부안성당 문규현 신부의 모습을 발견했다. 문 신부는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대책위원회’ 공동대표였고 부안성당은 방폐장 반대운동의 본부 사무실처럼 사용됐다. 김 군수는 절박한 상황에서 문 신부가 “폭력은 안돼요”라고 말해 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문 신부는 김 군수에게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김 군수는 “폭력은 안돼요”라는 말을 듣지 못한 서운함을 여태껏 털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문 신부는 1989년 임수경 씨와 함께 평양축전에 참가했다. 1998년에는 김일성의 미라가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에 가서 방명록에 ‘김 주석의 영생을 빈다’는 글을 남겼다. 이 때문에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문 신부의 전력(前歷)을 새삼 거론하는 이유는 그가 북한의 핵에 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량살상용 핵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발전용(發電用) 핵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지 않은가.

극지(極地)의 빙하를 녹이는 지구 온난화는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온다. 인도양의 파라다이스 몰디브는 해수면이 점점 높아져 국토 전체가 바다 속으로 잠겨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떤다. 세계의 환경운동단체들은 온난화의 재앙을 막기 위해 원자력발전 반대운동을 접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로 원자력의 효용성을 인정한 것이다.

‘100일 단식’을 벌인 지율 스님이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해 있다 설을 이틀 앞두고 광주 원광대 한방병원으로 옮겼다. 스님은 천성산의 꼬리치레도롱뇽을 살려야 한다며 단식을 다섯 차례나 했다.

고속철도는 도마뱀의 사촌인 도롱뇽을 위험에 빠뜨리므로 두말할 것 없이 반(反)환경적인가. 고속철도는 자동차 통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킨다. 산을 까뭉개는 고속도로의 신규 건설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철도를 이용한 대량 수송이야말로 지구 온난화와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는 ‘녹색 교통’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배럴당 60달러로 치솟은 유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석유 가채량(可採量)은 한정돼 있는데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23억 인구가 석유 소비에 추가로 가담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동차 항공기 가전제품 그리고 주택에서 석유의 사용을 줄이는 녹색 산업이 21세기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환경운동의 종교적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환경 이벤트에 스님과 신부가 단골로 등장하고 삼보일배(三步一拜)가 이어진다.

스티븐 랜즈버그 교수는 ‘런치타임 경제학’에서 환경운동이 근본주의 종교단체에서 흔히 나타나는 미신 신앙 주술을 혼합한 형태로 나아가는 데 우려를 표시한다. 환경주의자들은 대개 높은 도덕적 기반 위에 서 있다고 착각해 학문적인 근거가 부족하거나 옳지 않은 선전을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꼬집는다.

필자의 사무실에서는 청계광장이 내려다보인다. 청계천이 복원된 이후 수많은 인파가 나들이했다. 천성산과 부안에서 활동했던 환경운동가들이 청계천을 보며 환경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했으면 좋겠다. 환경운동의 기준은 어떤 교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효용성에 있어야 한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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