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아진 서울-대구, 저공해 버스가 효자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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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구 등 대도시 맑음, 경기 인천 흐림.’ 전국적으로 서울과 대구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가 해마다 증가와 감소를 되풀이하며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의 미세먼지 중 자동차 매연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7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승용, 승합, 화물차는 총 1539만 대. 이 가운데 경기도가 350만 대로 가장 많았고 서울 280만 대, 부산 97만 대, 대구 84만 대의 순이었다.》

▽저공해 차량 도입으로 미세먼지 감소=이번 미세먼지 오염도 분석에서 서울과 대구의 미세먼지 수치가 크게 줄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은 4년 연속 미세먼지 수치가 낮아지면서 지난해 m³당 58μg으로 수도권 가운데 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낮았다.

서울시는 2002년부터 4년간 저공해 자동차 2810대(버스, 청소차, 하이브리드차)를 보급했고 화물차 등 1만4000대에 공해물질 저감장치를 부착하면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시는 올해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를 m³당 55μg, 2014년경에는 선진국 수준인 m³당 40μg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서울 시내버스 772대, 2007년까지 시내버스 전량(7819대)의 저공해화를 추진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청소차도 내년까지 60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운수(金雲洙) 박사는 “저공해 자동차 도입과 함께 청계천 복원으로 오염물질이 빠져나가는 바람길이 생겼고 성동구 뚝섬 서울숲 등 녹지공간이 확대된 것도 간접적인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섬유공장이 밀집해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도시로 악명이 높았다.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가 2002년 m³당 71μg으로 환경부 기준치를 넘었지만 지난해 54μg으로 감소했다. 도심에 수시로 물을 뿌리고 LNG 버스 723대를 도입하면서 대기환경이 개선됐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대중교통 이용자가 늘었고 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을 수시로 감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경제 불황 등의 여파로 24시간 가동하던 염색 및 섬유공단의 가동시간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각종 대책을 내놓은 광주도 다소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백화점, 지하역사 등 다중이용 시설에 환기설비나 공기정화 시설을 가동하도록 해 실내 공기 오염물질을 거르도록 한 것이 성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미세먼지 오염 심각=서울을 둘러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지난해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는 2002년에 비해 그 수치가 높아졌다.

자동차 수와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이 많은 경기는 한강수계와 울창한 숲의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가 m³당 66μg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기 이천시의 경우 대규모 공장과 아파트 공사를 하는 곳이 많아 지난해 m³당 80μg으로 환경부 기준치(m³당 70μg)를 크게 초과했다.

바다 및 팔당 상수원 보호지역과 인접해 깨끗한 주거환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경기 김포시와 하남시의 지난해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 역시 각각 m³당 74μg, 72μg으로 환경부 기준에 못 미쳤다.

이들 지역은 최근 재개발 등 건설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경기 성남시(m³당 67μg)를 비롯해 구리시(66μg), 시흥시(69μg)도 서울에 비해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았다.

인천 또한 송도 개발과 대단위 아파트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미세먼지가 줄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해안을 끼고 있어 안개가 끼면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진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변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 운영을 확대하고 경유차의 저공해시설 부착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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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서울 OECD국가중 최하위권▼

국내의 미세먼지 연간 평균 오염도는 환경부 기준치인 m³당 70μg 이내에는 모두 들었지만 선진국의 미세먼지 기준에는 크게 미흡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평균 미세먼지 기준은 m³당 40μg.

OECD의 미세먼지 오염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m³당 58μg)는 헝가리 부다페스트(63μg)와 이탈리아 로마(60μg)에 이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극미세먼지(PM2.5)의 연평균 기준은 미국이 m³당 15μg, 유럽이 20μg이지만 우리나라는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서울은 지난해 m³당 29μg이었다.

선진국에서는 경유차의 배출 기준에 따라 통행량을 통제하면서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배출을 강력하게 막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는 2003년부터 ‘노 디젤카 대책’을 시행해 왔다. 매연 저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경유차는 시내에 들어오지 못한다.

영국 런던의 경우도 ‘그린 존’을 만들어 이 지역 내에서는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처럼 정부 차원에서 운전자 자신만 운행하는 차량은 비슷한 지역의 운전자와 번갈아 가며 1대만 운행하도록 하거나 일정 거리만 운전한 뒤 나머지 구간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벤치마킹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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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주범’ 경유차량 오염 배출기준 강화해야▼

환경 및 보건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대책에 대해 “세계적인 오염도 기준은 무시한 채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유해물질의 배출 기준이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

아주대 장재연(시민환경연구소장) 교수는 “한국의 미세먼지 배출기준이 m³당 70μg이라는 것은 국가에서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화물차 버스 등 경유자동차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주범인 만큼 기준치를 대폭 강화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저공해 차량 교체를 의무화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동종인(환경공학)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 기준은 미국이나 세계보건기구(WHO)보다 훨씬 약한 수치”라며 “국내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 기준치가 최소한 m³당 50μg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 교수는 매연이 심한 경유차의 단속을 비롯해 노천에서 소각을 하거나 하적장, 건설현장에서 먼지를 발생시키는 업체에 대한 단속 강화를 제안했다.

반면 경제발전과 환경, 건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진적으로 미세먼지 기준을 낮춰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박순웅(지구환경과학) 교수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국내 미세먼지 기준을 일시에 대폭 낮추기는 어렵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미세먼지와 극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올해 수도권과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대 광역시, 여천공단이 있는 전남 광양지역에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의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배출 기준을 국제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며 “국립환경과학원과 협의해 올해 2, 3월경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도움말 주신 분: 박순웅(朴淳雄·지구환경과학) 서울대 교수, 동종인(동宗仁·환경공학) 서울시립대 교수

이종태(李宗太·보건관리학) 한양대 교수, 장재연(張栽然·시민환경연구소장) 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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