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울산 행정이 믿음 주려면…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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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43·울산 중구 우정동) 씨는 휴일인 18일 가족들과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울산 울주군 언양읍)를 찾았다. 진입로와 주차장은 잘 단장돼 있어 상쾌했다. 하지만 암각화 바로 앞에 이르러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천 건너 바위 면에 있는 암각화는 하류의 사연댐(1965년 완공) 때문에 1년에 8개월 이상 물속에 잠겨 버리지만 갈수기인 겨울철에는 물 밖으로 나와 있어 망원경만 있으면 바위 면에 그려진 200여 개 문양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시민들의 망원경 비치 요구가 많았던 터라 김 씨는 당연히 망원경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망원경은 없었다.

김 씨와 함께 있었던 20여 명의 관광객들은 암각화 50여m 앞에서 문화재 해설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암각화가 있다는 설명만 듣고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울산 시민을 실망시키는 사례는 또 있다. 시는 중구 태화강변 대나무 숲에 38억 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곳의 대나무 숲 산책로는 로얄예식장 앞에서 끊어져 우정동 방면의 산책로와 연결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끊어진 100여 m 구간에는 강물에 뜨는 부교(浮橋) 산책로를 설치해 줄 것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역시 감감 무소식이다. 이밖에 가족을 데리고 울산으로 이사를 와도 시청이나 구청에서 환영편지 한 장 보내주는 작은 배려는 하지 않으면서 “외지인들에게 정주(定住) 의식을 심어준다”며 매년 2억 원 안팎을 들여 거창한 애향행사를 벌이는 곳이 울산이다.

시민들의 ‘작은 가려움’을 신속하고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 그게 ‘감동 행정’의 첫 걸음이 아닐까.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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