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勞 의식한 이중플레이?…총리실 “노무체계 지적”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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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李海瓚·사진) 국무총리는 12일 총리실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한항공 노사분규 해결과 관련해) 긴급조정권은 불가피하게 사용되어야지 노무관리 차원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어 “앞으로 노동부는 기업의 노무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특별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총리의 이날 발언은 앞서 대한항공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과 어긋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리는 매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국무회의, 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각 부처에서 국정 현안을 보고받는다. 이때 각 사안을 조정하고 최종 지침을 내린다. 따라서 노동부의 긴급조정권 발동도 결국 사전 협의를 거쳐 이 총리의 지침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총리는 7일 오전에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문제를 보고받고 이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당시 이강진(李康珍) 총리공보수석비서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이 총리는 항공 화물의 시급성으로 인해 향후 대규모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노동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의 보고에 공감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 노사 간 자율교섭이 완전 결렬되면 중앙노동위원회의 의견을 듣는 등 긴급조정권 발동을 위한 절차에 곧바로 착수할 것”이라며 “이르면 10일부터라도 긴급조정권 발동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노사 자율교섭을 끝까지 주장했지만 다른 고위 인사들의 주장으로 결국 뜻을 꺾었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 볼 때 당초 긴급조정권 발동에 신중했던 노동부가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이를 발동했는데도 오히려 이 총리는 뒤늦게 노동부가 잘못했다고 질타한 꼴이다.

이에 대해 이 수석비서관은 “특정인을 질타한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허술한 노무관리 체계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측이 파업까지 가기 전에 노사문제를 (노사 자율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총리실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노동부 일각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뒤늦게 노동계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연초 개각을 앞두고 노동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김 장관을 퇴출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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