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용 범죄 면허취소’…헌재는 "위헌" 대법은 "정당"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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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날 같은 시간에 대법원이 관련 법률을 적용해 확정 판결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판결의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대법원과 헌재에 따르면 문제가 된 법 조항은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한 때에는 운전면허를 취소한다’고 규정한 도로교통법 78조 1항 제5호.

헌재 전원재판부는 지난달 24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의 위헌제청을 받아들여 이 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강신욱·姜信旭 대법관)는 같은 날 오후 2시 여자 승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택시운전사 유모 씨에 대해 면허취소가 정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헌재법 47조 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도로교통법 관련 조항은 11월 24일부터 효력을 잃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같은 시간(11월 24일 오후 2시)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이 이미 위헌 법률이 된 법을 적용한 것이냐는 것.

만약 이 법률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11월 24일 0시부터 효력을 잃었다고 해석할 경우 대법원은 이미 위헌 법률이 된 법을 적용해 판결을 내린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이정석(李廷錫) 대법원 공보관은 “헌재법 47조 2항은 위헌 결정의 효력이 과거의 사건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명시한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과 헌재가 동시에 선고했다면 대법원이 위헌 법률을 적용해 판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공보관은 “헌재 위헌 결정의 취지는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 행위를 한 경우 범죄 내용에 대한 고려 없이(이를테면 가벼운 과실범인데도) 일률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라며 “여자 승객을 강제추행한 택시운전사의 면허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이번 사건에서는 헌재의 취지와 같은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으므로 대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유 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처음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쟁점을 놓고 논의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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