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오늘은 어디 계세요?]<5·끝>“우리교수님은 달라요”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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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국문학과 김시업(金時業·62) 교수는 별명이 ‘딸깍발이’다. 옛 선비처럼 어느 것 하나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없어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김 교수의 강의는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린 뒤에도 5∼10분씩 이어진다. 수업이 연달아 있는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에게 휴강이란 없다. 학기가 끝날 때면 진도를 맞추기 위해 토요일 오전에 어김없이 보충수업을 한다.

한 수강생은 “강의를 들을 때는 정말 힘이 들었지만 한 학기 강의를 듣고 나면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늘 새로운 강의=연세대 자연과학부 백융기(白融基·52) 교수는 올해 상복이 터졌다. 8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수여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받은 데 이어 12월 제1회 경암학술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상에 도취될 여유가 없다. ‘한국인 인간단백질지도 완성’이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 박멸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학기마다 늘 새로운 교재로 강의한다. 백 교수는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 옛 책에 있는 것을 매년 똑같이 얘기하는 것이 ‘범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올 1학기 고려대에서 ‘최고강의상’을 받은 독문과 김승옥(金承玉·64) 교수는 노교수지만 강의 1시간 전에 반드시 가르칠 내용을 준비한다.

그는 요즘 서거 200주년을 맞은 독일 출신 문학가 ‘실러’ 연구에 여념이 없다.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연구하고 책을 쓴다.

김 교수는 “강의와 회의가 겹쳤다면 회의에 가지 말아야 한다”면서 “교수들의 사회 참여는 이론과 실천의 조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입신출세를 위해 대학을 간판으로 삼는 일부 교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꼼꼼한 코멘트=서울대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홍성욱(洪性旭·45) 교수는 대학원생에게 매주 책을 한 권씩을 읽고 요약해 오도록 한다. 그는 요약본에 지적 사항과 조언을 담아 되돌려 준다. 이 때문에 대다수 대학원생은 주말에도 연구실에 붙어 있어야 한다. 홍 교수는 대학원생 지도를 위해 주말에 연구실을 지키는 일이 많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성호(金聖昊·39) 교수의 강의는 매번 새롭다. 그는 자신의 연구주제와 강의를 접목시킨다. 그는 학생들이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험 대신 보고서를 내도록 하고 모든 보고서에는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 준다. 그는 일주일에 수업이 없는 날 중 하루를 정해 2시간씩 학생들을 면담한다.

과제물을 많이 내주고 잦은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유명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조준모(趙俊模·43) 교수의 강의는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맨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선다. ‘제대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한 수강생은 전했다.

▽고심하는 대학=대학들은 사표(師表)가 되는 교수를 많이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고려대는 2003년 9월 교수학습개발원을 설립하면서 교수법 권위자인 미국 일리노이대 마이클 제이콥슨(50) 교수를 부원장급 실장으로 초빙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8월 싱가포르의 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려대 교수 가운데 단 한 명도 그에게 교수법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1년 문을 연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는 매 학기 교수워크숍을 열고 있다. 첫 워크숍에는 전체 교수 1750여 명 가운데 36명이 참가했으나 지난해 겨울 워크숍에는 12명만이 참석했다. 2003년 1학기 때는 참가자가 1명뿐이어서 워크숍이 취소되기도 했다.

연세대 교육개발센터 김은주(金恩柱·40) 교수지원부장은 “수업에 열의가 있는 젊은 교수들이 센터를 찾는다”며 “정작 강의에 문제가 있는 교수들은 문제의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수법 강의 수강도 교수 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교무팀 관계자는 “남을 평가하면서도 자신은 평가받길 싫어하는 교수들의 이중적 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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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들의 생각은

한림대 이주일(李柱日·심리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대학 교수의 삶과 스트레스’라는 논문은 대학 교수들의 생각과 삶을 일부 담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교수 6558명에게 e메일로 설문지를 보낸 뒤 이에 응답한 400여 명의 답변을 분석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교수의 직업 만족도는 1997년 86.4%에서 2000년 75.9%(이상 교수신문 조사)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43.2%로 급락했다.

교수들은 ‘교육을 위한 인적자원 부족’을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연구비 지원 부족 △교수와 학생 간 인간적 유대 약화 △대외 지향적 교수 우대 △평가에 대한 정형화된 틀 강요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시민단체 활동 등 사회 참여에 대해 절반 이상(58.9%)이 긍정적이었지만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67.0%가 부정적이었다.

연구와 강의 활동에 대해 27%가 ‘연구시간을 줄이더라도 학생들을 위한 시간을 늘리겠다’고 답변했다. ‘연구 수행을 위해 강의 준비를 덜 하겠다’는 응답은 19.5%였다. 연구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강의를 잘하는 교수를 우대해야 한다는 의견(40.7%)이 그렇지 않다는 의견(29.0%)보다 훨씬 많았다.

연구 실적에 따른 성과급여 도입에는 찬성 39.2%, 반대 37.6%로 찬반이 엇비슷했다. 교수 정년 보장에 대해서는 찬성(62.9%)이 반대(26.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2년간 학회나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은 평균 2.69개, 학술워크숍에 참여한 횟수는 2.61회, 정부기관이나 기업체 시민단체 자문은 2.49회, 대중강연이나 방송 출연은 1.92회, 대중매체 기고는 1.71회로 조사됐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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