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서 인생2막을 연다]<中>근교형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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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당마을에 입주한 뒤 친구처럼 친해진 김경흠 할아버지와 김덕례 할머니가 인근 광교산 약수터까지 올랐다가 사이좋게 손을 잡고 돌아오고 있다. 이곳은 앞쪽은 아파트와 접해 있지만 뒤에는 산이 있어 공기가 좋다. 수원=원대연  기자
유당마을에 입주한 뒤 친구처럼 친해진 김경흠 할아버지와 김덕례 할머니가 인근 광교산 약수터까지 올랐다가 사이좋게 손을 잡고 돌아오고 있다. 이곳은 앞쪽은 아파트와 접해 있지만 뒤에는 산이 있어 공기가 좋다. 수원=원대연 기자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유료 노인복지시설(시니어타운)인 유당마을에 거주하는 김덕례(78) 할머니는 7월까지만 해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자신 소유의 27평형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여름 들어 김 씨는 몸이 많이 아팠다. 자주 어지럼증이 생기고 관절통과 당뇨 등이 겹치면서 매사에 짜증이 나고 지친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김 씨는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이곳 28평형(실평수 12평)에 입주했다.

월 생활비와 용돈 등 150만 원은 3남 1녀 자녀들이 모아 보내 주기로 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밥과 국, 그리고 육류나 생선이 포함된 4가지 반찬이다.

“그때 이곳으로 옮겨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죽었을지도 몰라요.”

김 씨는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그때 자신에게 왜 병이 생겼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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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가사의 짐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서 건강이 좋아졌다는 게 김 씨의 자가 진단이다.

김 씨는 오전 6시 15분에 일어난다. 뒷산인 광교산 약수터에 올라가 맨손체조를 하고 돌아오면 1시간이 걸린다. 오전 8시에서 9시 반 사이에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탁구나 게이트볼 게임을 한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광교산 등산을 한다. 틈틈이 건강체조나 도예교실 노래교실 수지침 등 강의를 듣는 것도 일과 중 하나다. 그리고 저녁에는 TV를 시청하거나 불경을 읽다 잠자리에 든다.

김 씨는 “이곳에 들어온 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바쁘게 산다”고 말했다.

이곳 21평형(실평수 9평)에서 살고 있는 김경흠(80) 할아버지는 2002년 입주한 경우. 김 씨는 15년 전 부인을 여의고 서울 강동구 성내동 단독주택에서 막내아들 부부와 살다가 아들이 분가한 뒤 시니어타운을 택했다.

김 씨는 근교형 시니어타운인 유당마을을 거주지로 택한 이유로 “공기와 환경이 좋고 번잡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 거주자들은 도심에서 살 필요가 없을 만큼 사회생활이 정리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끔 서울 나들이를 할 경우 동네에 나가 버스를 타면 1시간 안팎이면 된다”며 “하지만 입주자들은 외출보다는 건강 유지와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1988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니어타운인 유당마을이 중류층이 고려할 수 있는 곳이라면 삼성 노블카운티는 중상류층 은퇴자들의 보금자리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에 있는 이 시니어타운은 터가 7만 평으로 웬만한 대학 캠퍼스를 방불케 한다. 신갈저수지와 경희대 캠퍼스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곳은 지상 20층, 지하 4층의 주거동 2개와 문화센터 너싱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센터에는 종합실내체육관 헬스클럽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체육시설과 강당 강의실 도서실이 마련돼 있고 실외에는 야외무대 잔디광장 장미정원 주말농장 산책로가 갖춰져 있다.

노블카운티가 가장 자랑하는 것은 입주자들이 지역사회 주민과 다양한 활동을 함께할 수 있으며 늘 젊은 사람들과 접촉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

이곳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는 인근 수원시 영통지구 주민에게 개방돼 외부인도 월 5만∼7만 원을 내면 헬스센터나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5000여 명의 지역 주민이 등록돼 있다.

이곳의 안상수 기획마케팅 팀장은 “270가구인 A동의 경우 현재 90%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으며 역시 270가구인 B동은 입주자를 모집 중인데 80∼90%가 차면 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블카운티 A동 50평형에 사는 김종선(66·여) 씨는 “조금만 아파도 의료진과 항상 상담할 수 있고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할 수 있어 건강은 맡아 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문화센터에서 고전무용과 시니어에어로빅 영어 합창 등 4개 강좌를 지역 젊은이들과 수강하고 있다. 김 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2남 1녀의 자녀를 결혼시키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 빌라에서 혼자 살다 2002년 입주했다.

김 씨는 “밖에서 알았던 친구들 외에 새 친구를 사귀게 되고 이 안에서 새로운 사회가 구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블카운티 측이 지난해 11월 수도권 거주 노인 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니어타운 입주를 고려할 때 선호하는 입지에 대해 78%가 ‘근교형’이라고 대답했다. ‘전원형’은 12%였으며 ‘도심형’은 10%였다.

근교형 시니어타운
시설정원소재지전화번호법인
경기도
유당마을120수원시 장안구조원동 119-3031-242-0079재성
노블카운티400용인시 기흥구하갈동 467031-208-8001삼성생명공익복지재단
서울시니어스타운254성남시 분당구구미동 297-2031-712-5841서울시니어스타워
성광원50평택시 장안동115-4031-663-8200성광복지재단
효도의집9고양시 덕양구지축동 765-17302-3810111개인
기쁨이가득한집8고양시 덕양구원당동 889031-963-2872바른법연구원
은성너싱홈20고양시 덕양구성사동 56-1031-9652191개인
전라남도
혜원너싱홈50목포시 산정동1385-1061-243-4411혜원
경상북도
경주실버타운40경주시 충효동69-2054-775-6757개인

수원=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이만영 교수의 ‘이곳이 좋은 이유’

노블카운티의 본관 격인 생활문화센터 2층에는 국내외 도서 2만 권을 비치한 100평 규모의 도서관이 있고 도서관 안쪽에는 또다시 20평 규모(8석)의 개인 연구실이 마련되어 있다. 이 연구실은 학자 출신 입주자를 위해 마련된 공간.

이곳에서 노후를 보내는 학자들이 책을 읽거나 저서를 집필하는 곳이다. 이 연구실의 단골손님 중 이만영(82·경희대 석좌교수) 씨는 외국에서 더 유명한 전기전자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그가 1989년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에서 펴냈던 ‘오류 정정 부호이론’은 정보통신 분야의 필독서로 지금도 꾸준히 인용되는 책이다.

1998년 미국 뉴저지 주 프렌티스홀 출판사에서 냈던 ‘CDMA 이동통신과 보안’은 일본과 중국어로 번역돼 학계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또 2003년 뉴욕의 존와일리 출판사에서 펴낸 ‘인터넷 보안’은 나오자마자 재판에 들어가는 등 구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씨가 요즘 집필 중인 저서는 ‘무선통신 보안’에 관한 것이다. 이 씨는 이를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이 연구실에서 보내고 있다.

외출은 인근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에 주2회 강의하러 가는 것과 부인 김옥나(78) 씨와 등산을 가는 것이 전부다.

이 씨는 노블카운티 입주 이유에 대해 “맑은 공기와 조용한 분위기, 그리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부인 김 씨는 낮 동안 수영도 즐기고 문화센터의 각종 강좌를 수강하면서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블카운티 측은 “노학자들에게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그분들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지만 노인의 정신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인=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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