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입김에 교육정책 흔들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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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노조가 사사건건 반대하고 발목을 잡아서야 정부가 무슨 일을 추진할 수 있겠습니까. 2007년부터는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는데 참 걱정입니다.” 교원평가제 시범 도입을 위해 교원단체,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협상해 온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비단 교원평가제뿐만 아니다. 조합원 9만5000명의 전교조가 막강한 조직력을 내세워 정부의 각종 정책에 반대하면서 정책 내용이 변질되거나 표류하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전교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교육 관련 위원회나 협의회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고, 정부도 전교조의 눈치를 살필 정도다.》

▽교원평가제 난항=교육부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가 참여하는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에서 3개월 넘게 교원평가제 시범 실시를 논의했지만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4일 막판 회의까지 합의되지 않을 경우 이날 정부안대로 시범 실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5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동료교사 다면평가, 학생 수업만족도 조사, 학부모의 자녀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 안을 교원단체에 제안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협상 과정에서 정부안과 근접한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전교조는 ‘합의 시행’ 조건을 내세워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그 대신 전교조는 법적 근거가 없는 학부모회 교사회 학생회를 통해 학교교육활동 종합평가를 실시하고 교총이 개선하는 선에서 유지하자는 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평가도 학생 학부모 동료가 아니라 교사가 하고 교장 등도 투표로 뽑자고 주장한다. 그래서 정부나 교총이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해 교원평가제를 저지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력평가 반대=교육부는 2002년 전국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했다. 그러나 전교조가 전 학생 표집을 반대해 10%만 표집 분석했고 그나마 학교별, 지역별, 시도교육청별 비교는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듬해에는 학력 경쟁이 우려된다며 전체 학생의 1%만 시험을 보고 채점하는 것이 아니면 시험을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표집 대상을 10%에서 3%로 축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를 제대로 해야 문제점을 찾을 수 있고 학력 격차 같은 대책도 세울 것 아니냐”며 “눈 가리고 코끼리 만지는 식의 평가는 하나마나”라고 꼬집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동=2003년 NEIS 파동으로 교육부와 전교조는 1년 넘게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NEIS는 전국 1만여 개의 초중등학교와 16개 시도교육청 및 산하기관, 교육부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교육 관련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참여정부 출범 이후 힘을 얻은 전교조는 정부가 개인의 신상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폐기를 주장하고 총력 투쟁을 벌였다.

정부가 대폭 양보해 2006년 3월부터 교무·학사, 입학·진학, 보건 등 3개 영역만 분리해 운영하기로 했다. 관리도 중앙정부가 아니라 고교는 단독 서버, 초중학교는 15개 학교마다 그룹 서버를 운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상여금 나눠 먹기=정부는 2001년부터 공무원성과상여금제를 도입해 근무 성과에 따라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지만 교사들만은 여전히 나눠 먹기다.

첫해에 성과급 차등 지급을 하려 하자 전교조는 연가 투쟁을 들먹이며 균등 배분을 관철시켰다. 올해의 경우 성과급 재원 3492억 원의 90%는 균등 배분하고 10%만 차등 지급했기 때문에 성과급 차이는 5만 원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교육정책의 발목을 잡은 사례들
사례정책 내용반대 이유 또는 주장
교원평가제-동료교사 다면평가,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설문조사 등-학부모회 등을 통한 의견 개진
-동료교사 다면평가는 효과 없다
교원성과급제-교직사회의 경쟁력 유도 위해 전체 교사의 70%에 한해 성과급 차등 지급 -교직은 성과 측정이 불가능하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전국 1만여 개의 초중등학교와 16개 시도교육청 및 산하기관, 교육부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교육 관련 업무를 통합 관리-정부가 학생의 신상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며 정보 유출로 상업적으로 이용될 우려
기초학력진단평가-전국 초등 3학년생 전체를 대상으로 평가해 기초학력 부진학생 교정학습 프로그램 마련-학교 간, 시도 간 과열 경쟁 우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교육부, 反APEC 동영상 수업활용 금지▼

교육인적자원부는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련 동영상 자료가 학교 현장에서 수업 자료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장학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해당 자료를 강제 차단하거나 시정 요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지 교육 자료로 적합하다는 판단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동영상 자료가 표현의 자유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을지라도 교육기본법 등에서 규정하는 교육의 중립성에 위배되고 아직 가치판단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자료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 교원평가제 협상 결렬, 시범실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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