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문수구장 관리 ‘레드카드’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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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대회 당시 ‘세계 축구계의 보석’이란 찬사를 받았던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의 잔디가 최근 대부분 말라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울산시가 ‘관리비 절감’을 위해 잔디 관리에 문제가 있는 민간 업체에 업무를 위탁했기 때문이다.

▽현황=최근 울산시 시설관리공단이 문수구장의 잔디(켄터키 블루 글래스)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3 가량이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측은 “7월 초 병충해가 발생한 이후 잔디관리를 맡고 있는 현대 호랑이 프로축구단 구단주인 현대중공업이 제때 방제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도 “요즘과 같이 기온이 15∼25도일 때 잔디 생육상태가 최상을 유지하는 게 보통이지만 문수구장 잔디가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은 관리부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구장 바로 옆에 있는 같은 종류 잔디가 심어진 보조구장은 2∼3일에 한번 꼴로 아마추어 축구팀과 동창회 등에 임대되고 있지만 최상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9일 프로축구연맹 측은 울산 현대와 광주 상무 간 프로축구 경기에 앞서 ‘잔디 불량으로 인한 경기 불가’를 결정했으나 대체구장이 없어 그라운드에 푸른색 착색제를 뿌린 뒤 경기를 하는 촌극이 벌이기도 했다.

현대 측은 최근 잔디 씨앗을 새로 뿌린 뒤 발아 촉진을 위해 잔디밭을 푸른 천으로 덮어 놓았다.

▽원인=문수구장은 완공(2001년 4월)되기 3개월 전부터 시설관리공단이 전담 직원 3명을 배치해 연간 2억 원을 들여 관리해왔다. 이 기간 동안 대륙간컵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프로경기가 잇따라 열렸지만 잔디는 고사되지 않았다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

하지만 시는 관리비 절감을 위해 2003년 6월부터 입장료 수입의 20%를 받는 조건으로 현대에 문수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토록하면서 잔디 관리도 위탁했다.

현대 측은 문수구장 전담 관리요원을 배치하지 않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잔디 고사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현대 측은 “그라운드 환기가 불량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문수구장의 잔디 관리를 다시 시설관리공단이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수구장은 시가 1500여억 원을 들여 27만 평 부지에 세운 축구전용구장으로 관람석은 4만2152석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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