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논란에 휩싸인 李총리 땅 683평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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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14일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에서 개막된 제4회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국무총리가 14일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에서 개막된 제4회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이해찬(李海瓚) 총리 부인 소유의 경기 안산시 대부도 땅이 다시 탈법 의혹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이 총리에게서 땅을 빌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이사장 박영숙·朴英淑·전 국회의원)가 한국마사회로부터 700만 원을 지원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S는 13일 “이해찬 총리가 탈법과 편법을 넘나들며 직접 짓지도 않는 농지를 소유해 왔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처럼 방치되다시피 한 농지는 강제처분을 면하기 힘들다”며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마사회 지원 경위 논란=14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는 올해 4월 20일 한국마사회가 일반 공모하는 ‘공익성 기부금 공모’ 중 환경 분야에 ‘자연생태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며 기금 지원을 신청했다.

연구소는 당초 1237만5000원을 요청했지만 마사회 기부심의위원회에서는 530여만 원을 삭감한 700만 원을 7월 21일 지급했다.

연구소는 사업계획서를 통해 대부도 땅을 임차해 주말농장과 갯벌현장 체험학습, 자연물로 곤충 및 동물 만들기 등 3개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족 단위 여가생활 및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소가 기금을 임대료 상환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관련 규정을 어기게 되는 셈이다.

▽선정 배경 의문=기부금 지원은 마사회의 내부 규정인 기부금 관리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 중 일반 공모에 의한 공익성 기부금은 마사회가 수익금 중 일부를 사회 환원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연간 지원액은 30억 원 안팎이다.

마사회가 농림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기부금은 농촌, 환경, 생명 등 3개 분야에만 제한해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300여 개 단체가 이 공모에 신청하는데 올해는 이 연구소를 포함해 63개 단체에 29억 원이 지원됐다.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36조에 의해 재정경제부 장관에게서 지정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로 승인받은 경우다. 마사회는 “이 연구소는 1992년 환경부 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재정경제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농 경험이 별로 없는 이 연구소가 어떻게 3 대 1 이상의 경쟁을 뚫고 기부금 대상에 선정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는다.

▽‘무상 임대’=연구소 관계자는 “사업계획서에 주말농장 연간 임대료로 75만 원이라고 적었으나 사실은 이 총리에게 자연생태 프로그램의 취지를 알리고 땅을 빌려 달라고 하자 ‘무슨 임대료냐, 그냥 쓸 만큼 써라’라고 해서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기부금 지원 결정을 5월 말에 했지만 연구소는 주말농장을 봄부터 준비해 왔다는 것.

그는 이 총리의 땅 600여 평 중 150여 평에 고구마, 가지 등을 심고 주말농장을 조성해 30여 명이 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마사회 기부금을 받는 것에 이 총리가 관여했겠느냐”며 이 총리 관련설을 일축했다.

연구소는 지난해에도 마사회에서 ‘친환경 농업실태 모니터링 및 발전방안’이란 주제로 공익성 기부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이 밖에 지난해 서울시, 행정자치부 등 5개 기관에서 8000여만 원, 올해는 4개 기관에서 5000여만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입장=마사회는 기부금 지원 논란과 관련해 “우리가 연구소에 기부 결정을 할 당시 대부도 땅이 누구 땅인지 알 필요도 없었고 청탁이나 민원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기부금 지원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대학교수 등 외부인사 7명과 마사회 직원 3명으로 구성되는 기부심의위원회를 두고 관리한다”며 “이 과정에서 마사회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환경정책 대안 개발과 제시, 환경 관계 조사연구’의 목적으로 1992년 12월 17일 설립됐다.

변형윤(邊衡尹) 서울대 명예교수,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의원 등이 한때 이사로 재직했으며 같은 당의 원혜영(元惠榮) 의원은 현재도 이사로 있다. 연구소 정모 소장은 이 총리의 보좌관 출신이다.

박영숙 씨는 2004년 3월부터 이사장으로 있으며 사무실은 공교롭게도 이 총리의 지역구 사무실과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대부도 현장에 가보니▼

잡초만 무성
이해찬 국무총리가 소유하고 있는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땅.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는 이곳에서 주말농장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며 올해 7월 마사회로부터 7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2002년 10월 부인 명의로 구입해 투기 의혹을 사고 있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동 90-1 일대 땅 683평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본보 14일자 A2면 참조

이 땅의 시세는 평당 40만 원 정도라는 게 이곳 부동산 중개업자의 얘기. 인근의 다른 땅보다 평당 10만 원가량 높은 값이고 구입 당시 땅값 24만 원에 비해 16만 원이 올랐다.

14일 현장을 둘러본 결과 이 땅에는 고구마와 가지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었다. 올 5월부터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자연생태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심어 놓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그러나 전체 땅 중 4분의 1 정도에만 고구마 등이 심어져 있고 나머지 땅에는 어른 무릎까지 오는 잡초들이 곳곳에 무성했다.

주말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조립식 건물에는 ‘자연생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나 이 땅이 주말농장용으로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았다.

한 주민은 “적을 때는 5, 6명, 많을 때는 10여 명이 주말에 와 고구마를 가꾸고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이 일대에 이 총리 땅 말고는 주말농장으로 쓰이는 땅이 없다”며 “포도밭으로 쓰이던 땅을 사서 굳이 이곳을 주말농장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 부인이 구입하기 전까지 이 땅은 포도밭이었고 이 총리의 땅 주변은 대부분 포도밭이다.

이 땅에 대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바빠서 자주 못 갔을 뿐 총리가 안 됐다면 매주 내려가 포도를 직접 경작했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곳 주민들의 말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 주민은 “이 총리 부인이 땅을 산 뒤로는 포도 농사를 짓지 않았고 총리가 되기 전에도 이 총리가 이곳에 온 것을 보지 못했다”며 “이 땅이 주말농장으로 사용된 것도 올해 봄부터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땅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연제신(65) 씨는 “이 지역은 개발지역으로 지금도 투자가치가 있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더 좋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안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작년 청문회서 검증…달라진건 잡초가 자랐다는 것뿐”▼

이강진(李康珍) 국무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은 14일 이해찬 국무총리의 경기 안산시 대부도 땅에 대해 “지난해 6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다 검증됐다”며 “절대 투기 목적으로 산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때와 비교해 달라진 것은 대부도 땅에 잡초가 자랐다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땅값이 2002년 구입 때의 배로 뛴 데 대해서는 “땅값 상승에 대해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팔 계획이 없기 때문에 땅값이 뛰어도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때 이 총리의 부인인 김정옥(金貞玉) 여사가 땅 구입 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농업 경력 15년’이라고 허위로 기재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비서관은 이에 대해 “농업경영계획서 작성을 법무사가 대행했기 때문에 이 총리는 허위 기재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림부는 “참고사항인 농업 경력을 잘못 적었다고 해서 처벌되진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농업경영계획서대로 농지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땅을 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이 총리의 땅 일부를 빌린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가 한국마사회로부터 700만 원을 지원받은 데 대해선 “임대 과정에 전혀 하자가 없었다. 경비 지원은 마사회가 그 연구소에 주말농장 관련 용역을 주며 대가로 지불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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