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길거리로 나온 ‘신항만 이름’

  • 입력 2005년 9월 7일 0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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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광장에서 8일 오후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 5000명이 넘게 참가하는 ‘부산신항 명칭 사수를 위한 범시민대회’다.

14일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위원장 신창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신항만 명칭 결정을 앞두고 부산 측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자는 목적이다.

경남 쪽에서는 4월27일 진해 제덕매립지에서 ‘진해신항 명칭쟁취 경남도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참가자는 1만 명을 넘었다. 두 행사는 주도 단체와 인원 동원 방식 등에서 ‘관제집회’의 성격이 짙다.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에 걸쳐 건설되고 있는 신항만 명칭 논란이 이 같은 사태로 번진 데는 단체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책임이 크다. 양 지역에서 수십 건의 건의서와 탄원서를 내며 8년 이상의 세월을 허비했다.

허남식(許南植) 부산시장과 김태호(金台鎬) 경남지사는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행보는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해왔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이들은 지난달 부산의 2개 언론사 주최로 열린 ‘부산 경남 공동발전 방안 간담회’에서 사전 조율된 밋밋한 의제들만 다뤘다.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신항만 명칭 및 행정구역 획정은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부울경(釜蔚慶) 광역단체장과 이 지역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나 골프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역시 신항만 명칭 등 민감한 사안을 외면했다.

지난해 열린 ‘부울경 공동현안 협의회’에서도 시도지사들은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지만 역시 신항만 명칭 문제를 비껴갔다. 이들은 입만 열면 ‘한 뿌리’, ‘형제지간’을 외쳤다. 이 때문에 “단체장, 국회의원이 대부분 같은 당이면서 왜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에 떠넘기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두 자치단체가 수년 간 씨름한 신항만 명칭은 일주일 뒤 해양수산부 안(案)인 ‘서항(신항)’ ‘부산신항’ ‘부산 진해신항’ 가운데 선정될 전망이다.

이제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시의 수장과 뉴리더를 지향하는 경남의 도백, 그리고 두 광역의회가 위원회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표(票)로 먹고 산다는 정치인이지만 이제는 지역화합과 국가 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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