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가사체 아리랑’ 발견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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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髮服장乙(단발복장을) 좋아말소 服장(복장)이 터져서 너 못살리라 啞耳聾(아이롱) 啞耳聾 아라리요…우리 同胞(동포) 들어보소 憂國思想(우국사상) 잘만 하면 光明百姓(광명백성) 權理(권리)로다 啞耳聾 啞耳聾 아라리요.’ 가사체(歌辭體·삼사조의 수필체)로 쓰인 장문의 아리랑(사진)이 처음 발견됐다.

‘아이롱가(啞耳聾歌)’라는 제목의 이 아리랑은 근대기 계몽소설인 1908년 작 ‘몽견제갈량(夢見諸葛亮)’의 필사본 뒷부분에 수록돼 있다. 아리랑 전문가인 한민족아리랑연합회의 김연갑(金煉甲) 상임이사가 최근 발굴해 공개한 이 작품은 5쪽 분량이다.

이 아리랑의 내용엔 외침을 물리치고 탐관오리를 징벌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기원이 담겨 있다. ‘몽견제갈량’ 필사본이 1908년 작이며 ‘단발’ ‘양왜’ 등의 문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한제국 말에 불렸던 아리랑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의 의미는 최초의 가사체이며 분량이 가장 긴 아리랑이라는 점. 아리랑 전문가 박민일(朴敏一·국문학) 강원대 명예교수는 “일제 침략기, 세상 사람들에 대해 이런저런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다 보니 분량이 늘어났고, 귀에 익숙한 가사체를 택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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