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에 안전한 곳은 어딥니까”

  • 입력 2005년 9월 5일 0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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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났다하면 대구니, 이사를 가든지 해야지 정말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2일 대구 목욕탕 건물 화재로 55명의 사상자가 나자 250만 대구 시민들이 큰 충격에 빠진 채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03년 2월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낮 도심에서 어이없는 참사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또 터졌느냐’며 대구시와 소방당국의 허술한 방재행정과 위기관리 능력을 성토했다.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은 대구 지하철방화 참사 후 재난에 대비, 별도로 방재전담부서를 만들어 ‘안전한 도시’로 거듭 나는 시정을 펴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시 게시판에 ‘대구에서는 도대체 안전한 곳이 어디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우리 고장에서 대형 참사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부 이순이(38) 씨는 “대형 사고가 잦고 인명피해도 많은 것은 결국 대구시와 행정기관의 안전 불감증과 무능력이 원인”이라며 “사고 때 마다 나온 수많은 재난방지 대책이 모두 흐지부지 된 탓”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번 사고도 소방당국이 평소 목욕탕과 찜질방 등의 시설을 제대로 점검만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도대체 희생자가 얼마나 나와야 정신을 차릴 것인 지 묻고 싶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대구에는 사고 발생 소식이 전해진 2일 오후부터 4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친인척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잇따랐다.

주민 박명호(40·회사원) 씨는 “사고 직후 서울 등지의 친척에게서 걱정 어린 안부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며 “대구의 이미지가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대구 경비업체 직원 54% “人災앞으로도 일어날 것”▼

대구시내 경비업체에서 방재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 상당수는 앞으로도 지역에서 크고 작은 인재(人災)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부 박동균(朴동均·경찰행정학) 교수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역 10개 경비업체 직원 211명을 대상으로 ‘대구시 재난 및 재난관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8%가 ‘행정당국의 재난관리 능력 부족으로 지역에서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인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인재 발생가능성과 관련해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이 54.1%, ‘반드시 인재가 발생할 것이다’가 22.2%를 차지해 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또 응답자들은 발생가능성이 높은 재난으로 가스폭발 사고 32.4%, 지하철 관련사고 22.2%, 대형건물 화재사고 15.5% 순으로 꼽았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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