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5년]<중>약 남용 사라졌나

  • 입력 2005년 6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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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의 가장 큰 목표는 항생제와 주사제, 스테로이드제 등 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고 환자의 알 권리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 후 5년.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전한 약 복용 얼마나 이뤄졌나=항생제의 오남용은 대체로 줄었다는 것이 정부와 의약학계의 공통된 평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의 항생제 처방 품목 수는 2000년에 비해 43.3%가 줄었다.

하지만 감기환자, 특히 어린이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과잉처방은 여전했다. 참여연대가 4월 항생제 사용지표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종합, 전문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6.67%였지만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43.6%로 6배를 넘었다. 특히 의원급 소아과에서 어린이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2002∼2004년 3년 평균 67%나 됐다.

의약분업 이후 두드러진 변화는 고가의 약 처방이 늘었다는 것. 의사들이 값싼 카피 약을 쓰는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받던 인센티브가 줄었기 때문이다. 비싼 오리지널 약 처방이 늘어 환자들은 품질 좋은 약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건강보험 비용 증가, 다국적 제약회사의 시장 지배로 귀결되고 있다.

▽약 찾기 어려운데 약국은 재고 비상=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에서 정형외과 치료를 받은 홍금순(洪今順·61·여) 씨는 처방전을 들고 강남구의 약국에 들렀다가 ‘약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동네의 다른 약국 2, 3곳을 더 들러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의약분업 이후 가장 큰 문제로 넘쳐나는 재고 약품을 꼽았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1만9000개 약국에 516억 원어치의 재고 약이 쌓여 있다는 것.

약국마다 약이 쌓여 처치 곤란인데 정작 환자는 병원 앞 약국이 아니면 처방약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대한약사회 신현창(申鉉昌) 사무총장은 “제약회사들의 로비로 의사들이 처방전을 자주 변경하는 바람에 약국에서는 이전 약들을 재고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권용진(權容振) 대변인은 “전문의약품 선택권을 의사에게 줘놓고 처방 변경을 문제라고 하면 의약분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약사는 약의 종류에 따라 처방을 내린 의사에게 사전, 사후 통보와 함께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약사들은 대체조제를 위해 번거롭고 자존심 상하는 통보 절차를 겪느니 차라리 환자를 돌려보내는 방법을 택한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송재찬(宋在燦) 과장은 “결국은 약을 통해 발생하는 이윤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로 인한 다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약계의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소비자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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