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수사권 ‘추악한 싸움’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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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다툼이 ‘밥그릇 싸움’에서 원색적인 비방전으로 번지면서 추악한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떳떳하지 못한 전력까지 들춰내 ‘흠집내기식’ 과거사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추악한 비방전=법무부는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들에게 ‘검사 수사지휘권의 역사적 성격’이라는 제목의 비공개 보고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보고서에서 과거 일제강점기 경찰을 ‘식민지 수탈의 도구’로 표현하고 “(경찰의) 자의적 수사권 행사는 조선 민중의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또 “검사에게 수사지휘권을 부여해 경찰 파쇼를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엄상섭 의원의 국회 발언을 인용한 것.

경찰은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식민조선에 적용된 일본의 형사소송법은 검찰을 군국주의 첨병 역할을 하도록 검찰권을 극도로 비대화시킨 파쇼적 형사소송법”이라고 맞받았다.

경찰청은 이어 “전두환(全斗煥) 정부 시절 검찰 내 차관급 인사가 40여 명으로 상향조정되는 등 검찰은 권위주의 정권 체제 유지에 공헌한 대가를 톡톡히 누려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은 이날 “검찰이 얼마나 흠잡을 게 없으면 그런 보고서를 냈겠느냐”며 “검찰이 ‘강기훈 씨 유서대필사건’ 등 과거사 진상규명에는 협조도 안 하면서 과거 얘기를 꺼내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자격으로?=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역사를 언급한 것일 뿐 경찰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도 “경찰이 여러 곳에 배포한 자료를 보면 검찰보다 훨씬 노골적인데 경찰이 그런 주장을 펼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고위 관계자도 “검찰도 얼마 전까지 ‘권력의 시녀’로 불리며 정권에 충성을 다해 왔는데 경찰을 그런 식으로 비난할 수가 있느냐”고 검찰을 힐난했다.

▽정치권도 가세=검경 간의 싸움에 검찰과 경찰 출신 의원들도 가세했다.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의원은 “경찰과 법원이 검찰을 협공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배후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찰권 약화와 견제가 핵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선진국의 검경은 상호보완 또는 경쟁의 관계지만 우리는 상명하복으로 돼 있다”며 “이를 상호보완 내지 협력 관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을 지낸 강경근(姜京根) 숭실대 법대 교수는 “국민이 보기엔 검찰이든 경찰이든 과거 문제를 들춰내 비난하는 건 서로 부끄러운 일일 뿐”이라며 “양 기관이 국민을 우선 생각하는 자세로 수사권 조정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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