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아이 만들기]<10>고전 읽기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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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책 읽는 시간이 늘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공부해야하는데 책 읽는 것 같고, 읽지 말라고 하기에는 뭔가 불안하고….

중학교 2학년 정식이 엄마는 6학년 말부터 정식이에게 ‘춘향전’ ‘홍길동전’ 등 고전문학을 읽히고 있다. 시간 없어도 이때 아니면 언제 그런 책들을 읽겠느냐는 생각에서이다. 또 고등학생인 큰애가 당장 언어영역이나 논술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없다며, 그런 책들의 줄거리가 요약된 것을 외우는 걸 본 충격 탓도 있다.

고전 읽기, 꼭 필요한 일이다. 요즘 쉽게 고전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진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서정오·현암사)를 보면 선조들의 일상과 생각, 정서가 친근하게 드러나고, ‘금오신화’(김시습·솔)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옮겨졌다.

고전문학은 현실의 연원이고 미래의 지침이 된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꼭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전인 ‘춘향전’을 TV 드라마나 개그로만 보았다면, 아이들 머리 속에 춘향은 ‘칼 쓰고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는’ 정도로만 인식되었으리라. 춘향이 이도령과 나누는 애틋한 사랑과 모진 어려움 속에서 인간으로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춘향과 이도령의 대화 속에서 읊어지는 아름다운 시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고전에 우선 쉽게 다가서게 해 주자. KBS의 ‘TV 문학관’이나 EBS의 ‘즐거운 책읽기’ 등도 좋다.

외국 작품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수업을 하면서 비디오로 ‘폭풍의 언덕’을 보여 준 적이 있는데, 광활한 배경의 화면도 좋지만 바람소리, 빗소리 등 음향이 주는 긴장감은 작품의 감동을 온몸에 스미게 했고 아이들은 그로 인해 원전도 감동스럽게 이해했다.

다이제스트나 만화로 된 고전문학은 유의해서 읽게 해야 한다. ‘오세영-한국단편소설과 만남’(청년사)처럼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면서도 문학적 해석이 살아 있는 만화들은 권할 만하지만 흥미 본위로 고전을 그려 낸 만화들은 경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다이제스트로 된 고전작품들을 읽게 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로 그 감동을 이해하라는 것이니 권할 만한 일이 아니다.

고전을 권하면서 또 한 가지 신경 쓸 일은 ‘시가’에 대한 배려다. 가사를 포함한 고전 시가나 시조를 접하면서 독서의 범위를 넓히되 암기나 암송을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는 물론 시가에 한정할 일은 아니다. 산문도 명문의 어느 대목은 외우는 게 좋다. 어린 시절에 암기했던 시구 하나가 살아가는 힘도 되고,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아이들이 읽을 책이 많이 있지만 특히 고전은 우리 음식의 된장이나 고추장처럼 모든 책들의 기본이 되는 것이고, 은근히 녹아들어 아이들의 피와 살이 되는 것이다.

오길주 문예원 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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