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弓矢匠’ 무형문화재 47호 김박영씨

  • 입력 2005년 5월 6일 2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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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성주산 기슭의 활터인 ‘성무정’(聖武亭).

일제시대부터 궁사(弓士)들이 활쏘기를 즐겨온 이 곳에는 마디 굵은 손으로 40년 동안 묵묵히 전통 활을 만들고 있는 장인이 있다.

국내 유일의 궁시장(弓矢匠)인 중요 무형문화재 제47호 김박영(金博榮·76) 씨.

김 씨는 이날도 11일부터 열릴 경기도 체전에 참가하는 부천시 국궁 대표선수 한광인(54) 씨의 활을 수리해주고 있었다.

한 씨의 활 몸체에 민어 부레(접착제)로 붙여놓은 소 힘줄(등심)의 이상 유무를 꼼꼼히 살펴본 뒤 활을 180도로 접었다가 펴는 동작을 반복했다.

“동물 및 식물성 재료로만 만드는 전통 활은 충격을 스스로 흡수하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아요. 활 쏘는 사람 치고 허리 굽은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성무정 1층에 자리 잡은 5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활 수리를 마친 김 씨가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전통 활 칭찬을 시작했다.

그는 “화학물질로 만든 양궁은 ‘죽은 활’이어서 전통 활보다 사(射) 거리가 짧다”며 “시위를 당겨보지 못한 사람은 연하고 부드러운 국궁의 맛을 도저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통 활의 사 거리가 140m인데 반해 일본의 대나무 활은 30m, 양궁은 70m에 불과하다는 것.

그가 만드는 각궁(角弓·뿔 재료가 들어가는 전통 활의 한 종류)의 재료는 대나무, 참나무, 뽕나무, 벗나무 껍질(화피), 물소 뿔, 소 힘줄, 민어 부레, 쇠가죽 등 8가지다.

1개의 활이 탄생하려면 이들 재료를 깎고, 다듬고, 말리는 6개월 과정을 거쳐야 하며 3000번 이상의 손길이 간다고 한다. 그는 고구려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 같은 활 제작법을 사용하고 있다.

활의 품질을 위해 찬바람이 돌때만 만드는데 보통 1년에 50여 개를 제작한다. 이렇게 만든 활은 60만 원∼200만 원에 팔린다.

활 제작 철이 아닐때는 외부 강연에 나선다. 7, 8일엔 활 박물관(부천시 원미구 춘의동)에서 제작 시연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이 곳엔 그가 만든 예궁(궁중에서 사용되던 것), 정양궁(과거시험 용), 고궁(말 위에서 쏘는 활) 등 여러 형태의 활이 전시돼 있다.

그는 고향인 경북 예천에서 올라와 부천에 정착한 1965년부터 성무정을 떠나지 않고 있다. 궁시장으로서 첫 중요 무형문화재(1971년 지정)로 지정됐으며 그의 스승인 고(故) 김장환 선생도 일제시대부터 이 곳에서 활을 만들었다.

아버지 대에 이어 활을 만들고 있는 김 씨는 막내아들을 전수 장학생으로 삼고 있어 3대째 가업을 이끌고 있다.

김 씨는 “끈기 있는 사람이 활을 배우기 위해 공방에 찾아오면 언제든 제작 기술을 무료로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공방 전화번호는 032-613-6159.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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