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버젓이… 음식 배달까지… 국가자격시험장 不正 방치

  • 입력 2005년 5월 3일 18시 50분


코멘트
국가공인 기술자격시험 및 경찰 특채 등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처럼 휴대전화를 이용하는가 하면 문제 사전 유출, 가짜 자격증 동원 등 수법도 가지가지다.

▽양심불량 학원=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경기 부천시에 있는 D산업디자인학원 원장 오모(28) 씨와 강사 김모(23·여) 씨 등 학원 4곳의 원장과 강사 6명, 응시생 16명 등을 국가공인 ‘컴퓨터그래픽스운용 기능사’ 실기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응시생 이모(16) 양 등은 3월 중순 실시된 기능사 시험을 보면서 시험 도중 화장실로 가 학원 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정답을 물어봤다.

경찰 조사결과 시험에 앞서 학원 측에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전화를 해 물어보라”며 부정행위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그래픽스운용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대학의 특별전형이나 취업 시 여러 혜택을 받는다.

▽부실한 시험관리=이런 부정행위는 감독을 맡은 산업인력공단의 부실한 시험관리 때문에 가능했다.

공단 측의 시험감독 규정에는 화장실 출입 시 감독관이 동행하고 휴대전화 사용도 금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시험장 안에서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응시생이 봤을 정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점심식사를 이유로 감독관 2명 중 1명은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2명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경우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감독관이 늦게 도착해 시험이 40여 분 동안 지연됐는가 하면 시험장으로 식사 배달을 시킨 감독관도 있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수험생들 사이에선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란 말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지난달 초부터 모든 응시생의 휴대전화를 회수해 봉투에 담은 후 봉인하는 등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2년 설립된 공단은 582종의 국가공인 기술자격시험을 시행, 관리하고 있다.

▽다른 시험에서도=지난해 11월 시행된 국가공인자격증인 ‘정책분석평가사’ 시험에선 사전에 문제가 유출됐다.

당시 응시생 157명 가운데 60여 명이 이른바 ‘커닝’을 하다 수험장에서 쫓겨났고 자격증을 딴 54명 가운데 37명이 사전에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2일에는 지난해 부산지역 순경 공채시험에서 10명이 합기도 단증을 부정 발급받아 제출해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 채용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