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도시재생’영국에서 배운다<下>지역주민위한 개발

  • 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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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남부의 페컴 지역. 저층의 낡은 건물들 사이로 깔끔한 금속 재질의 아치형 문과 포장이 잘된 마당, ‘ㄱ’자 모양의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예쁜 이 건물은 영국건축재단 윌 알솝 회장이 설계한 ‘페컴도서관’이다. 사우스워크 자치구가 페컴 지역 재개발을 위해 세운 공공도서관이다.

여러 공공시설물 중에 하필 도서관을 건립한 이유는 뭘까. 알솝 회장은 “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실시한 주민 설문조사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세금이나 주택 문제를 물어볼 수 있는 시설, 젊은 어머니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지역공동체가 결혼식장이나 파티 장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주민 요구사항을 모아보니 ‘복합도서관’이라는 답이 나왔다.”

실제 도서관에는 서가 외에도 민원상담실과 탁아시설도 있었다. 도서관 4층은 전망이 좋아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내와 가깝다는 것을 보게 해 저소득 주민들의 소외감을 덜어주기 위한 설계라는 것.

페컴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은 한 달에 3만6000여 명. 당초 예상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도서관 건립 뒤 주변 지역의 슬럼화 현상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영국의 도시재생 사례들에서 볼 수 있는 정신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개발이어야 한다’는 것. 조지 퍼거슨 영국왕립건축가협회장은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건축이어야 한다는 게 도시 재생의 철학”이라며 “공사현장 근로자도 그 지역 사람을 고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런던 동부 카나리워프 재개발의 경우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해 현재 카나리워프 금융가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3분의 1가량이 동부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이다.

또 뉴캐슬의 세이지 게이츠헤드 음악당 측은 유명한 음악가들에게 지역 예술가나 주민들에게 강의를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리허설 장면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지역의 음악학도나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런던=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인천 동구, 달동네박물관 전시할 서민용품 수집▼

인천 동구는 요즘 다듬잇돌과 인두 등 1960년대 서민들이 사용하던 옛 생활용품을 수집하느라 바쁘다. 7월 개관 예정인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에 전시할 생활유물들을 모으는 것.

구는 1994년 수도국산 산비탈 5만여 평에 모여있던 2700가구의 판잣집 등 낡은 주택들을 모두 철거하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착수하면서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수십년동안 살아 온 가옥이 철거되는 장면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구에 ‘동네의 역사를 보존하고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을 지어 달라’고 건의했다.

구는 이를 받아들여 달동네박물관을 짓기로 하고 문패 등 생활물품 수백점을 수집했다.

또 60년대 전후 만들어진 의류와 취미용품, 장식품, 가전제품 등을 기증받거나 매입해 왔다.

총 2만여 평의 근린공원내에 들어설 이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240평)로 판잣집, 구멍가게, 솜틀집 등을 축소 재현한 상설전시실 등이 들어선다.

이화용 동구청장은 “이 땅에 살았던, 그리고 재개발후에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보존하는 뜻깊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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