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누구 좋으라고 안쉬나”…근로자 “주5일제 남얘기”

  • 입력 2005년 3월 4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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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로자만 식목일, 제헌절에 회사에 나와 일하라. 나머지는 그날 쉬어야 형평에 맞는다.”

제헌절(7월17일)과 식목일(4월5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려는 정부 방안에 대해 많은 누리꾼(네티즌)들이 소외감을 표하고 있다.

각 사이트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두 공휴일의 폐지반대 응답이 70%에 달하고 있으며, 토론장에서는 정부를 비난하는 의견이 인기글로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공휴일 축소 방안의 속 사정▽

정부는 지난 2일 오는 7월부터 정부기관에 주 5일제(주 40시간제)가 도입됨에 따라 식목일은 내년부터, 제헌절은 오는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 제헌절·식목일 공휴일서 제외 추진(POLL)

현행 법정 근로시간은 일일 8시간, 주당 44시간(1000명이상 및 공기업은 주 40시간)이다. 올 7월부터는 300명 이상의 사업장이 주 40시간제의 적용을 받게 되며, 2011년까지 사업장별로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된다.

거기다 우리나라의 공휴일 수는 국경일 4일과 명절 6일 등을 포함해 총 16일로, 주요 선진국인 미국(10일) 영국(8일) 독일(10일), 일본(15일)보다 많다.

쉬는 날이 많아지자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경제다.

노동시간 단축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면 각 기업의 인건비는 최소 15% 늘어난다(경총 집계).

따라서 경제단체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대신 법정 공휴일 수를 줄여서라도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고, 여기에 정부도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누리꾼들 “주 5일제 하는 회사가 몇이나 된다고….”▽

그러나 공휴일이 축소되면 당장 주 5일제를 시행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인터넷 사이트에는 일부 근로자들의 주 5일제 혜택 때문에 공휴일만 삭감 당하게 됐다는 내용의 불만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들이야 주 5일 근무 보장받지만 대부분의 회사 근로자들은 머슴처럼 일하고 일요일도 겨우 쉰다.”
“주 5일제 근무는 커녕 일요일도 12시간씩 야간근무까지 하고 있다.”
“일주일에 평균 3일 철야 나머지 야근. 일요일 공휴일도 나와 일한다.”
“실제로 1일 10시간 이상 근무에 주 5일 근무는 언감생심. 그나마 빨간 날은 일찍 보내줘서 기다려지는 데 이런 소박한 낙을 없애다니.”
“전 사업장으로 주 5일제 근무가 확대된 다음 법정 공휴일을 축소해도 늦지 않는다.”

근로자들 간의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했다. 파워가 센 대기업 위주의 노동 단체가 주 5일제를 관철시켰기 때문에 휴일만 줄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노총 때문이다. 자기네들은 주 5일 근무하면서 공휴일만 줄이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노동정책은 귀족 사업장 위주로만 돌아간다.”
“주 5일제하는 순서를 보면 노동계급 內의 서열이 훤히 보인다. 대기업>공무원>중견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하층 중소기업>실업자 순. 복지혜택은 이 순서대로 돌아가지만 국민연금처럼 나라에서 빼가는 건 평등하다.”

누리꾼들도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한주에 5일, 40시간 씩 근무하면서 공휴일까지 선진국 이상으로 챙기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니었다.

동아닷컴 인터넷 여론조사만 봐도 ‘식목일 제헌절 모두 공휴일로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은 37%, ‘둘 다 공휴일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응답은 36%였다. 나머지는 둘 중 하루만이라도 공휴일로 유지해 달라는 의견이었다.

누리꾼들은 다만 정부 당국자들이 책상에 앉아서 근로자들의 법정 공휴일 수를 세기 보다는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이 일년 동안 실제로 몇 일을 쉬는지, 또 연간 노동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실상을 살펴 봐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주 5일제와는 동떨어져 있는데, 휴일 수를 늘리고 줄이는 논의가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누리꾼들의 질문에 정부는 어떤 답을 할까.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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