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부인 위장전입 논밭 매입

  • 입력 2005년 2월 28일 0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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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李憲宰·사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부인 진진숙(陳眞淑) 씨는 1982∼2004년 농지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불법 및 편법 행위를 했다.

진 씨는 1982년 9월부터 86년 7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사들인 경기 광주시 초월면 지월리 논밭 8개 필지를 이 부총리 취임 2개월 뒤인 지난해 4월에 16억6000만 원에 팔아 10억9000여만 원의 차익(공시지가 대비)을 냈다.

▽위장전입으로 주민등록법 위반=진 씨는 1982년 9월에 2필지, 83년 10월에 4필지, 84년 12월에 1필지 등 전답 7개 필지를 본인의 명의로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진 씨는 자신의 주소지를 지월리의 한 주민 집으로 옮겼다. 1979년 9월에 공직을 그만둔 뒤 미국 유학을 갔던 이 부총리는 1982년 11월부터 85년 2월까지 대우그룹에서 근무했다.

당시 농지개혁법에 따르면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직접 농사를 짓는지 여부는 주소지가 농지 근처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지월리로 전입신고를 한 것.

하지만 진 씨는 이곳에서 산 적이 없다. 이는 30일 이상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주소지를 옮길 수 없도록 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월리의 한 주민은 “진 씨가 이곳의 땅을 살 때 당시 거래를 중개해 준 주민의 집으로 전입한 것을 알고 있다”며 “진 씨가 지월리에 와서 산 적은 없다”고 전했다.

▽다른 사람 명의로 농지를 사 농지개혁법 취지에 어긋남=진 씨는 또 1986년 7월에 논 1필지를 더 매입했는데 이때는 현지 주민 김모 씨의 명의를 빌렸다.

이 부총리 측은 “당시 이 논을 진 씨 명의로 등기할 수 없어 부동산 거래를 도와주던 김 씨 이름을 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씨는 1995년 7월 부동산실명제가 도입되자 96년 6월 본인 명의로 바꾸었다. 정부는 당시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실소유자 명의로 등기를 바꿀 수 있도록 3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다.

당시 농지거래를 규제하던 농지개혁법은 이 같은 명의신탁과 위장전입을 금지하는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비(非)농민의 농지소유를 금지한 법에 어긋난다.

익명을 요구한 A 변호사는 “명의신탁이나 위장전입은 사실상의 소유자가 농민이 아니므로 농지개혁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하지만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농민 아닌데도 농지 소유=1994년 12월 공포되고 96년 1월 시행된 농지법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농지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법 시행 후 농지를 매입한 사람 가운데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1년 내에 농지를 팔도록 했다.

진 씨는 지월리에서 농사를 지은 적이 없으므로 농지법의 취지에 벗어난다.

하지만 진 씨가 농지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농지법은 법 시행 전에 이뤄진 위장전입 등에 대해 처벌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

농지법 관련 전문가는 “불법 행위는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진 씨는 1979년 11월 지월리 소재 임야 1만7400여 평도 매입한 바 있다. 이 임야는 2003년에 41억5000만 원에 팔아 40억1700만 원의 차익(공시지가 대비)을 냈다. 하지만 임야는 논밭과 달리 비농민의 소유제한이 없다.

재경부 측은 “진 씨는 지월리 소재 임야와 전답을 모두 2003년 10월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소유권 이전 등기가 미뤄진 것”이라며 “부총리가 취임한 2004년 2월 이후에 부동산을 매매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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