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출판 르네상스시대’ 활짝

  • 입력 2005년 1월 25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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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서교동에서 새 사옥을 지은 ‘해냄 출판사’의 내부. 책과 생각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진제공=사진작가 박영채씨
지난해 2월 서교동에서 새 사옥을 지은 ‘해냄 출판사’의 내부. 책과 생각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진제공=사진작가 박영채씨
단행본 출판인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와 출판학교인 서울북인스티튜트(SBI)가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마포구 서교동으로 건물을 새로 지어 이사했다. 이전 대상지로 경기도 파주출판단지도 고려했지만 출판사가 훨씬 많은 서교동을 택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서교동 한 곳에만 모두 557개 출판사가 자리 잡았다. 인근 연남동 합정동 동교동 망원동 창전동을 합하면 무려 1952개사에 이른다. 이 중 주요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는 서교동은 한국 출판의 메카인 셈이다.

서교동에 새로 생기거나 이사 온 출판사는 2000년 32개사, 2001년 58개사, 2002년 78개사, 2003년 71개사, 2004년 112개사로 매년 증가해 왔다.

서교동이 각광받는 이유는 좋은 입지 덕분이다. 책 창고 소재지인 파주시나 고양시 일산 쪽으로는 자유로를 타면 4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파주출판단지는 서울에 사는 편집인은 물론 필자나 역자들이 오가기에 부담이 큰 데 비해 서교동은 교통이 편리하다.

한국출판인회의와 서울북인스티튜트가 들어선 건물.

바다출판사 김인호 사장은 “서교동은 홍익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여러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이 출판기획에 필요한 젊은 문화를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산울림소극장을 비롯한 여러 공연장과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산실인 지하 카페들, 디자이너들의 사무실과 솜씨 좋은 장인들의 목공방, 미술인들의 작업실, 밤새도록 떠들면서 격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주점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문화시설들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파주출판단지에 비해 큰 장점이다. 여기에다 임프리마코리아 북코스모스 등 외국도서저작권 중개업체와 신간서적을 언론사들에 배달해 주는 북피알 등 출판 지원업체들도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출판사들이 서교동으로 모이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 일대 부동산이 싸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사무실 40평 임대료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50만 원 안팎, 관리비 30만 원 안팎으로 싼 편은 아니다.

출판사들이 모여들면서 독특한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서교동 출판인들은 퇴근 후 새로 나온 책들을 서로 나눠 보면서 표지 디자인이나 편집에 관한 평을 주고받거나, 새로 떠오르기 시작한 베스트셀러 등 출판가의 흐름이나 정보를 이야기하곤 한다. 젊은 출판인들이 모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 멤버들이 해마다 연말이면 만나서 ‘올해의 좋은 책’을 뽑는 곳도 바로 서교동 출판사 가운데 한 곳이다.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새 사옥을 개성 있는 작업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서교동 출판 동네의 특색이다. 문학과지성사, 솔, 해냄, 명진출판사, 넥서스, 이레, 들녘 등이 그렇다.

바다출판사의 김 사장은 “출판인들을 대규모로 길러 낼 서울북인스티튜트까지 서교동으로 옮겨 오면서 1960, 70년대의 종로구 관철동 출판시대를 뛰어넘을 ‘서교동 출판 르네상스’가 꽃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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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태 기자 kkt@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 기자인 윤용강(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 3학년) 조현재 씨(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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