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살림 빠듯… 애완동물 못 키워”

  • 입력 2005년 1월 19일 2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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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와 고양이를 좀 맡아주세요.”

18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국동물보호협회 사무실에 김모 씨(45·여)가 들어왔다.

김 씨는 이 단체 금선란(琴仙蘭·59) 회장에게 그동안 자식처럼 길러온 애완견과 고양이 등 4마리를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맡아달라고 부탁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 씨는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개와 고양이를 더 이상 키울 수 없을 것 같다”며 “나 대신 키워주면 정말 고맙겠다”고 말했다.

금 회장이 “조금 힘들더라도 개와 고양이를 계속 키우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으나 김 씨는 이를 뿌리치고 나갔다.

대구지역에서 기르던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관련 단체에 맡기거나 거리에 버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체 애완동물보호소에 수용된 뒤 방출된 개와 고양이 등은 모두 1900여 마리로 2003년(580여 마리)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이 협회는 현재 애완견과 고양이 등 400여 마리를 보호소에 수용 중이다.

협회 측은 최근 경제난의 여파로 애완견 등을 버리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주택가에서 개와 고양이가 몰려다니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버려지는 개 중에는 썰매를 끄는 데 주로 활용되는 알래스카 맬러뮤트,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으로 사용돼 온 골든 리트리바 등 덩치가 큰 외래종 개도 포함돼 있다는 것.

동물보호협회는 수용된 개와 고양이가 번식을 할 경우 사료비 등 경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대부분 불임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맡겨진 애완견이나 고양이 가운데 주인이 다시 찾아가는 사례는 3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협회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애완견과 고양이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육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무료 분양한다.

회장인 금 씨는 “상당수 시민들이 무턱대고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구입한 뒤 사료비 부담과 사육의 어려움 등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다”며 “버려지는 개 중 일부는 업자들에 의해 불법 도살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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