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성철]‘생리 公缺制’가 그리 급한건가

  • 입력 2005년 1월 14일 18시 16분


코멘트
교육인적자원부가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한 ‘생리 공결제(公缺制)’는 여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모성보호 차원에서는 진일보한 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

생리 공결제란 생리통이 심한 여학생의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이 때문에 시험을 못 보면 직전 시험 성적을 100% 인정하는 제도. 교육부는 올해 시범학교 4곳을 선정해 운영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제도의 도입 추진 과정과 배경이다. 교육부는 공청회 등 어떠한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도입 계획을 ‘불쑥’ 내놓았다. 갑자기 등장한 이 제도를 놓고 인터넷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는 이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분석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교육부는 취재기자들이 외국의 선례 등을 요구하자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제도를 찾기 어렵다는 내용의 보충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이런 제도를 왜 교육 선진국에서 도입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교육 당국은 생리 공결제를 도입하기 전에 생리 휴가의 전례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지난해 주5일 근무제의 도입과 함께 과거에 유급이던 여성 근로자의 생리 휴가가 무급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생리 휴가가 인정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일본 인도 3개국뿐이다.

왜 이렇게 도입을 서두르냐는 질문에 교육부 측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강력히 요구해 와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도입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자체적인 발상도 아니고, 특정 교원단체의 요구에 따라 추진한 것을 자인한 셈이다.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이니 우리도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좋은 제도라면 우리가 먼저 도입할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도입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교육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생리 공결제가 그렇게 시급한 사안인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정책인지를 교육부는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홍성철 교육생활팀 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