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때 결석 출석 간주-시험때면 前성적 인정’ 추진 논란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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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여학생이 생리통이 심하면 출석하지 않아도 되고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직전 시험 성적을 그대로 인정하는 ‘생리 공결제(公缺制)’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진다.

그러나 선진국 대부분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직전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악용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범운영 계획=교육인적자원부는 3월부터 남녀 공학 등 4개 중고교에서 생리 공결제를 시범 운영한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여학생이 생리통으로 결석할 경우 부모의 확인서를 내면 출석 처리하고,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은 직전에 본 시험성적을 해당 과목의 성적으로 100% 인정한다는 것.

지금까지는 생리 때 결석계와 진단서를 내면 병결(病缺)이나 기타 결석으로 처리돼 개근상을 받지 못했다. 시험을 안 보면 직전 시험 성적의 80%만 인정하고 있다.

▽일부 악용 우려=일부에서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중간고사 성적이 좋은 학생이 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좋은 성적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생리를 이유로 결석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또 여학생들이 생리를 핑계로 학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일부에서는 생리와는 별개로 기말고사 성적이 나쁠 것을 우려해 시험기간 중 결석계를 내고 중간고사 성적의 80%를 인정받으려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 여권운동이나 모성보호 의식이 앞선 주요 선진국에서도 생리 공결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선진국들이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며 “전교조의 요구가 거세 일단 시범 운영한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찬반 논란=생리 공결제 찬반 논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한 누리꾼(네티즌)은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고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남녀간에 불평등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등교를 못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하다는 의사진단서 첨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누리꾼은 “친구들끼리는 생리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악용할 경우 비밀이 보장되기 어렵다”면서 “모성보호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외국의 선례를 찾을 이유는 없다”고 옹호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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